김재춘(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의료법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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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5.부터 우리나라에 특이한 법령이 발효하였다. 일컬어 외국법자문사법이다. 청년의사 독자들은 이 법이 무슨 법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 법은 그간 우리가 소위 국제변호사라고 통칭하던 외국변호사들의 국내에서의 자격승인과 등록, 업무수행을 규율하려고 2009. 3. 25.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서는 종래 우리가 국제변호사라고 부르던 이들을 ‘외국법자문사’라고 하였고, 외국변호사가 국내에서 외국법자문사의 자격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외국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후 원자격국에서 3년 이상 법률 사무를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만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시 대한변호사협회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여야 한다.
이처럼 승인요건이나 등록요건이 나름대로 까다로워 이것이 오히려 국내 변호사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 법률의 발효로 인하여 그간 국내에서 약간은 지위가 모호하던 외국변호사들이 정식으로 국내 정부의 승인을 받고 공식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고, 이것은 바로 국내 법률시장 개방의 신호탄의 의미를 갖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의 신호탄
 
앞서 2007년 한미 FTA 타결로 국내 법률시장의 빗장이 열리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아직 협정이 발효되지 아니하여 일단 유보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 발효되면 거대 미국 로펌의 국내진출을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아울러 2009년 7월 한미 FTA에 이어 한-EU FTA까지 타결되면서 법률시장 전면개방은 그야말로 가시권에 접어들게 된 것 같다. 참고로 법률시장 개방은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먼저 FTA 발효 후 2년 동안 외국계 로펌은 외국법 자문이나 국제 중재사건 대리만 할 수 있고, 2단계로 접어들면 국내 법인과 제휴를 맺어 국내법과 외국법이 혼재된 사건을 처리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으며, 5년 안에 시행되는 3단계에서는 국내 법인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서 국내 사건도 수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정말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 미국, 유럽의 변호사들을 흔하게 접하게 될 것 같다.
법률시장 개방이 이러한대, 의료시장 개방은 어떠한가. 의료시장 개방은 법률시장 개방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 같다. 예컨대, 법률시장 개방이 주로 국내 법률시장의 크기에 비하여 과다한 변호사들의 증가로 인한 국내 변호사업계의 고전을 걱정하는 측면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면, 반대로 의료시장 개방은 국내 의료기술의 선진화로 인하여 해외 환자의 국내유치 및 그로 인한 병원경영수지 개선의 측면에서 주로 논의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해외환자의 국내 유치는 국내 의료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이에 관하여 신문, 방송에서는 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일부 전문병원에 외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몇 배나 비싼 병원비를 내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병원들을 찾아오는 이유는 국내 의료기술이 앞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는 병원이 전체의 10%를 넘어섰고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한편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병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국내 병원들 사이의 M&A가 활성화되어 중소형 병원들이 도산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여겨진다. 특히 의료소송을 주로 하는 필자로서는 의료시장 개방시 의료소송이 매우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더욱이 의료소송 재판이 외국에서 진행되는 경우에는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금액이 현재 국내에서 인정되는 정도와는 현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국가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국내 의료인들은 이 점에 매우 주의하여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의료시장 개방과 의료소송 증가

의료시장의 개방으로 인하여 의료소송이 증대하는 까닭은, 가장 우선은 외국인들의 권리구제의식의 향상에서 찾을 수 있겠으나, 또 다른 이유는 진료계약 및 의료시술 과정에서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의 장애에서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의료법의 개정으로 외국인 환자의 유치가 가능해졌다고 하여 의료인들로서 무조건 이를 좋아할 것만은 아니고, 수익이 늘어나는 만큼 의료분쟁에 대한 대비책도 미리미리 강구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외국환자들과 진료계약을 체결할 때 미리 분쟁이 생기는 경우 국내에서 중재로 해결한다는 관할 및 중재합의 조항을 진료계약서에 삽입하여 두고, 또한 보험 같은 것도 미리 가입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한다.
생각건대, 이러한 방법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더하여 의료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글로벌화 된 진료시스템과 규격, 차별화된 서비스, 핵심의사 인력에 대한 처우 강화 등을 통하여 취약한 경쟁력을 가진 국내 의료체계부터 글로벌 경쟁체계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예방만큼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므로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진의 어학능력 향상과 내국인들과는 권리의식에 많은 차이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사전에 더욱 철저한 설명의무 이행 및 자세한 진료계약서 작성(진료계약서의 표준양식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것도 좋겠다)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모든 제도의 도입에는 항상 명암이 교차하기 마련인 바, 법률시장 개방과 마찬가지로 의료시장의 개방과정에서도 잘 몰라서, 혹은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아서 순진한 의료인들이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는 일은 꼭 막아야 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떨어지는 낙엽만큼 이래저래 시름이 많은 계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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