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기간 짧고 안전성 높아 제품화 활기…"국내 시장 4천억 넘어서"
전세계 제약기업들이 식물을 소재로 한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원장 김승희)이 지난 11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천연물의약품의 미래개발 전략’ 심포지엄에선 천연물 의약품의 현황, 사업화 사례, 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 및 시장성 등을 논의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환인제약 중앙연구소 조용백 소장은 ‘기업에서의 천연물 신약개발’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지난 2007년 기준 국내 천연물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 세계 규모는 440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천연물 신약은 화학합성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기간이 짧고 투자비용이 낮은 반면 안전성이 확보돼 세계 각국 제약사들이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조용백 소장은 "합성의약품의 경우 신약개발까지 적어도 2,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와 11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소요되지만 천연물 신약은 최대 100억원의 개발비와 7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돼 개발 이점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 대해 소개한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선영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신약개발 수는 1999년 121개에서 2004년 156개로 증가하다 이후 5년 간 차츰 감소해 지난해 기준 98개에 머물고 있다”며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신약개발 패러다임 중 한 가지가 천연물 의약품”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개발된 대표적인 천연물 신약은 다국적 제약사인 BMS가 주목(朱木·Taxus)에 함유된 물질로 개발한 항암제 ‘탁솔’이며 연간 약 1조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 산쿄 제약도 미생물로부터 혈중 콜레소테롤 저하 물질인 메바스틴(mevastatin)을 개발해 연 약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천연물 의약품을 개발하며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2002년 제품 허가를 받은 동아제약의 위염치료제 스티렌(주요성분 애엽)은 지난해 기준 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1년 허가받은 SK케미칼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주요성분 위령선, 괄루근, 하고초)는 약 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이외에 유유제약 혈액순화 개선제 ‘타나민(주요성분 은행잎)’, 안국약품 진해거담제 ‘프로스판(주요성분 아이비잎)’, SK케미칼 혈액순환개선제 ‘기넥신(주요성분 은행잎)’, 광동제약 간염치료제 ‘편자환(주요성분 사향, 우황) 등이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천연물 신약도 다양하다.
다국적 제약사인 애보트는 진통제, 일라이 릴리는 항암제의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인 Magainin는 당뇨성 궤양간염 치료제, Shaman은 에이즈 치료제에 대해 각각 임상 3상에 돌입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환인제약이 당귀추출물을 이용한 치매 치료제, 헬릭서가 모과 등 11가지 한약재를 이용한 골관절염 치료제에 대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어 곧 제품화가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신일제약, 동화약품, 동아제약, SK케미칼이 각각 골관절염 치료제,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 천식치료제에 대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제품 개발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환인제약 조용백 소장은 “우리나라는 전통의약의 역사가 오래됐고 우수한 연구자, 기술,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천연물 분야에 외국보다 상대적인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천연물 신약 개발에선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며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늘려 제품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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