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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환(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의료법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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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의료기관(피고1)에서 제왕절개술을 시행한 후 과다 질출혈이 지속되자 3차의료기관(피고2)으로 전원하였으나 환자가 사망하자, 원고가 두 의료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안이다.
피고1 산부인과에서 ‘역아 외회전술(보통 36주 이후에 선진부가 둔위나 어깨일 경우 임신부의 복벽을 통해 태아 머리가 선진부로 오도록 돌려놓는 조작술)’을 수회 시도하다가 성공하지 못하였고, 이후 태반조기박리가 발생하여 응급제왕절개술을 받았으나 태아는 사산하였다. 산모(망인)는 과다 질출혈이 지속되자 농축적혈구 3봉지를 수혈한 후 피고2 병원 응급실로 전원하였으나 급격한 산소포화도 및 혈압저하로 치료 중 사망하였다.

원고들은 피고1 의원에 대하여, 망인은 역아 외회전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의료진이 무리하게 시술하여 태반조기박리를 유도하였으며, 또한 태반조기박리로 인하여 태아의 심박동이 저하되었음에도 의료진은 즉시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지 아니하고 2시간 40분이나 수술을 지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2 병원에 대하여, 산후 과다출혈 상태의 망인이 피고병원에 전원되었을 당시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혈적합성 검사 등으로 수혈을 50분 이상이나 지체함으로써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다.
피고1 의원은, 역아 외회전술은 경산부가 둔위 임신을 하였을 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망인은 활력징후 등에 비추어 볼 때 역아 외회전술의 금기증에 해당하지 않았으며, 태반조기박리 후 적절한 시기에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하고 과다출혈이 지속되자 즉시 피고2 병원에 전원함으로써, 수술이나 전원과정에서 지체책임이 없다고 항변한다.
피고2 병원은, 피고1 의원에서 환자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하여 전원하였다 하더라도 전원받은 병원은 새로 혈액형을 검사한 후에 수혈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바, 환자의 사망 원인은 피고1 의원으로부터 시간을 지체하여 전원하는 바람에 수혈이 지연되었을 뿐이므로, 병원의 잘못은 없다고 항변한다.

위 재판의 진행과정에서 피고1 의원은, 자신의 진료의무는 충실하였으나 피고2 병원에서 수혈을 지체하는 바람에 망인이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피고2 병원에 떠넘기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따라서 피고들 사이의 다툼으로 원고가 입증의 부담을 상당히 덜었다고 보였었다.
피고1 의원은 역아 외회전술의 적응증과 태반조기박리와 관련한 제왕절개수술을 지체하지 아니하였음에 대하여 진료기록감정촉탁 신청 등을 통한 노력을 하였다.
피고2 병원은 수혈에 대한 임상의학에 비추어 응급상황에서도 혈액검사를 해야 하므로, 수혈지체에 책임이 없음에 대해 대학병원의 사실조회를 통한 임상에서의 관례를 입증하고자 부단히 노력하였다.
한편, 원고들은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 주장을 바꾸어, ‘망인의 사망원인은 태반조기박리가 아닌 무리한 외회전술로 인한 자궁외상에 의해 발생한 자궁파열로 인한 출혈’이라는 주장을 하며, 변론재개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을 선고하였다.
피고1 의원에 대한 역아 외회전술 관련 주장은, 역아 외회전술은 경산부가 둔위임신을 하였을 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고 망인은 역아 외회전술의 금기증에 해당하지 않았으며, 또한 태반조기박리와 관련한 수술지체 주장은,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태아의 심박동수 측정결과에 비추어 수술지체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
피고2 병원에 대한 수혈지체에 대한 주장은,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혈액검사를 생략할 수는 없으므로 이유가 없다.
결국,  법원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하였다.

임상현실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응급한 환자가 왔을 때 어차피 곧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미 수혈 중인 혈액과 동일한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하면 되지 새로이 검사하다가는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임상현실에서는 이와 달리 움직이고 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혈액원에서는 환자의 혈액형검사를 하고 이에 따라 혈액을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1차의료기관에서 환자의 혈액을 공급해 달라고 혈액봉지의 여분을 부착하여 온 경우라 할지라도 전원받은 병원에서는 이를 수혈할 수 없다고 한다. 혈액원이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 혈액을 공급하였다가 잘못되면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에 의료현장에서 통용되는 의료수준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임상의학의 실천에 의한 의료수준을 이해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수집하여야 하는 바, 사실조회회신 등 입증방법을 동원하여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의료인들은 전문적인 지식의 부족을 이유로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불신을 갖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의료인들이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에 대하여 재판부에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패소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당사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재판부에 부각하여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의료인들은 일반인인 법관을 잘 설득할 수 있도록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설명해야 함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본 사건은 현재 원고측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이다. 앞으로 2심에서의 진행은 ‘망인의 사망원인은 태반조기박리가 아닌 무리한 외회전술로 인한 자궁외상에 의해 발생한 자궁파열로 인한 출혈이라는 주장’과 ‘출혈에 따른 전원지체 또는 수혈지체라는 주장’에 대한 공격과 방어가 예상된다. 원고나 피고 모두 최선의 노력으로 좋은 공방을 해 주기를 바라고,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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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醫와 法] 의료인은 잘 알지만 법관은 모르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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