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이미 발효된 폐기물관리법, 현실과 큰 괴리

3월 경 단속 시작될 듯 … “적발되면 과징금 낼 수밖에”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난 2월 초, 기자는 서울 S구 한 지역을 지정해 해당 지역 내 12개 의원급 의료기관(가정의학과 3곳, 이비인후과 3곳, 소아과 1곳, 내과 2곳, 산부인과 2곳, 안과 1곳)을 직접 둘러봤다.

그 결과, 개정된 법률에 부합하는 시설을 마련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단속이 실시되면 모두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다.

1월 1일부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발효됐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법안 내용으로 인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용 용기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일선 개원가에서는 “법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을 빚었던 개정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감염성 폐기물 관리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주사 바늘, 메스 등은 손상성 폐기물로 분류돼 합성수지 용기를 사용해 수거해야 하며, 액상성 폐기물로 분류된 분비물 등은 잠금장치가 있는 합성수지 용기에 넣어 냉동(냉장)보관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든 폐기물 보관용기는 기존 ‘포장 년 월 일’을 적용해 처리했으나 1월부터는 ‘사용개시 년 월 일’을 적용해 10일 이상(의원급 15일) 보관해서는 안 된다.

이같은 일련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일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비용증가는 물론 폐기물 관리에 혼란을 겪게 하고 있다.

합성수지 용기는 2005년도 개정 기준에 맞춘 수거용기 생산업체가 전국을 통틀어 3∼4곳에 불과하여 공급이 부족하며, 유통되는 용기의 가격도 기존 가격의 3배 가까이 높아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또한 액상폐기물이 배출되는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새롭게 냉동(냉장)고를 구비해야 하지만, 이를 구비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냉동(냉장)고의 경우 일반 냉동(냉장)고를 사용해도 되지만, 반드시 지정된 것만 사용해야 하는 합성수지 용기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유통되는 양이 전국 의료기관을 아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개원의들이 시행 2달째인 현재까지 합성수지 용기를 사용치 않고 기존 골판지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액상 폐기물의 보관 문제도 보관 요령이나 명확한 분류 기준이 홍보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상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바뀐 시행규칙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일선 의원에서 완벽히 준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점검이 나와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을 맞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며 개탄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시도 의사회, 개원의협의회 등은 지속적으로 주무 부처인 환경부와 대화를 시도하는 한편 일선 의료기관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의협 산하의 의료폐기물대책위원회는 일선 회원들의 합성수지 용기 수급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 플라스틱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고 공동 구매를 진행할 계획이며, 의협과 병협 등도 나름대로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 관련 기관에 건의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3월 경에는 각 지자체의 단속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개원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단속 일정은 분기별 1회인데, 비공식적인 유예기간이 2월말까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의료폐기물대책위 이원보 위원장은 “환경부, 국회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용기 공동구매와 같이 현실적인 방법을 계속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강성욱 기자 zessy@fromdoctor.com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