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대한의사협회 자동차보험협의회


경만호 회장 (동대문구의사회장·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장)

지난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가 산재환자들의 공청회장 저지로 무산된 직후 이날 공청회장에서 의협 자동차보험협의회 경만호 회장을 만났다. 그는 이날 발표된 인제의대 김진현 교수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편집자 주>

- 김진현 교수는 배경설명에서, 진료비 심사일원화 문제는 이미 지난 2003년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 공청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있고, 여기에서 관련단체 대부분이 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건강보험 중심으로 일원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인가?

어불성설이다. 의료계와 손해보험사와의 갈등은 80년대 말부터 심화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동차보험 수가책자라는 것이 약 20여 쪽에 불과 했다. 그러나 경영합리화라는 기치 아래 무차별한 삭감이 시작되면서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이 심사하는 심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요구가 지난 2000년에 받아들여져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이하 자보심의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손해보험협회에서는 9,000만원 정도 들여 김진현 교수에게 용역을 주어 의료계를 압박하는 자료를 만들기도 했는데, 자보심의회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그리고 국민을 위한 수가기준과 제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건설교통부의 지원을 받아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이 결과가 지난 2003년 ‘자동차보험진료수가기준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됐다. 그러나 그 내용은 과거 손해보험협회에서 김진현 교수에게 주었던 연구용역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 자보심의회가 공정한 연구결과를 도출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손해보험협회 측에 의뢰를 받았던 연구자는 배제했어야 하지 않나?

당시 의료계도 공평하지 않다고 반대했었다. 하지만 서울대 양봉민 교수를 비롯한 소비자대표, 공익대표가 김진현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으로 몰아갔다. 투표까지 거쳤지만 결국 의료계의 패배로 끝났다. 이번 공청회 자료도 2003년 자료와 대동소이하며, 앞으로도 계속 같은 자료만 나올 것이다. 오늘 자료의 다른 점이라면 수가를 낮추는 문제와 종별가산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자료, 특히 진료수가의 인정범위의 법리적 해석이 추가된 정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기준의 [별표1]과 [별표2]에 대한 분석과 타당성 등의 검토뿐이다.

- 별표1과 별표2는 어떤 내용인가?

자보수가를 예를 들면, 과거에는 일반 관행수가에 준한 수가를 받았다. 그런데 건강보험이 확대되면서 자보수가가 너무 높다고 하여 의료기관 종별로 건보수가의 몇%라는 가산율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자보의 특성이 건강보험과 다른 점이 많으므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기준표에 있는 [별표1]과 [별표2] 조항에 대해서만 달리 적용하자는 합의를 하게 된 것이다.

[별표1]은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관한기준’ 중 건강보험기준 및 응급의료기준 중 달리 적용하는 사항으로 건강보험 급여범위에 포함되는 자동차보험 급여항목 중 일부 항목에 대해 수가나 인정횟수를 건강보험과 달리 적용하는 것이며, [별표2]는 ‘건강보험기준에 규정되지 아니한 진료항목에 대한 진료료’로 건강보험급여 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자동차보험에서 급여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 김진현 교수는 동일한 증상을 가진 환자임에도 산재냐 자동차사고냐에 따라 진료량이나 진료비 수준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환자와는 달리 산재환자나 자보환자의 경우 지불책임이 사용주나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추가급여 인정(급여범위의 차이)의 문제이지 동일상병 동일급여원칙을 벗어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동일상병 동일급여원칙에 따라 건보수가 기준과 같게 하고 다만 급여범위를 좀더 확대해 주는 방안은 어떤가?

어떠한 추가 급여를 인정하면 동일상병, 동일급여원칙이 지켜질 수 있다는 말인지 나도 묻고 싶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에도 외상성, 다발성 등의 특징을 들어 자보심의회에서 2년만에 겨우 물리치료를 2부위에 할 수 있도록 했는데(건보의 경우 입원 1일당 1부위에 2번까지만 물리치료가 가능하지만, 자보환자의 경우에는 2부위에 2번씩 입원 1일당 최대 4회까지 17일 동안 물리치료가 가능함), 환자를 위해 충분한 치료가 되도록 급여범위를 넓혀준다는 게 정말로 가능할까? 그리고 급여범위라는 그 자체가 곧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기준이다. 물리치료를 몇 번 할 수 있고, 그때의 물리치료 값이 얼마다라는 게 수가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수가기준은 그대로 하면서 어떻게 급여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인가. 말장난에 불과하다.

- 김진현 교수는 대퇴골골절 환자 1인당 입원진료비가 보험에 따라 861만원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런 차이의 근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히려 김 교수에게 묻고 싶다. 이건 불순하고 의도된 발표일 뿐이다. 건강보험에서는 비급여로 분류되는 항목들의 비용은 환자에게 청구하지만, 자보의 경우는 환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식대나 병실차액만 해도 합치면 상당한데, 그 비용은 건강보험 통계에서는 제외하고 자보는 모두 포함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을 학자라는 사람이 비교해서 자료로 내놓을 수 있나.

- 산재나 자보, 생보 등의 경우 진료비 심사결과가 보상금 또는 보험금, 장애급여비 지급 등과 연계돼 허위, 과잉진료로 연결될 소지가 높은 게 사실이다. 의료계도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알면서 이를 덮어두고 가자고 주장할 수만은 없을 것 같은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조에 ‘자동차보험의 목적은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부상하는 경우에 있어서 손해배상을 보장하는 제도를 확립하므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있다’라고 돼 있다. 이 말은 손보사나 의사에 앞서 피해자에게 공평, 타당, 신속하게 배상(보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진현 교수는 이것을 망각하고 있다. 만일 의사가 고의적으로 사기를 친다든지 과잉청구를 한다면 형사고발을 하면 된다. 환자가 보상금과 관련해 퇴원을 미루고 늦추어 진료비가 더 나오는 경우에 대비한 제도도 이미 잘 되어 있다. 김 교수의 추진배경 설명을 보면 진료비 심사일원화는 의사들의 부당·과잉청구 때문에 꼭 필요한 것처럼 돼 있는데, 이런 시각에서 출발하니 과연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겠나.

- 김진현 교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심사다원화는 첫째 보험종별 제각각인 심사기준과 청구방식 등으로 인한 불편, 둘째 환자의 요구에 편승한 과잉진료, 셋째 속칭 나이롱 환자로 인한 병원관리의 어려움, 넷째 청구 및 심사결과의 신뢰도 저하 등의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심사일원화라는 목적을 갖고 짜맞추다 보니 나오는 것이다. 제각각인 심사기준이 아니고 오히려 각각의 특성에 맞는, 각 보험제도 고유의 목적에 따른 급여의 범위와 심사체계가 몇 십년 동안 잘 다져져 왔다. 외국의 예를 들고 있지만, 이게 우리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인식과 문화이며, 그간의 우리 의료체계와 국민의식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산물이다. 과잉·부당청구가 문제된다면 이는 처벌하면 된다. 나이롱 환자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현행처럼 지불중지 등으로 보험자가 관리하면 된다. 청구 심사결과의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것은 무엇을 가지고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자보도 건보와 마찬가지로 EDI도 하고 있으며, 심사 또한 자보심의회에서 전문의들이 모여서 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 김진현 교수는 또 기왕증으로 인한 진료비 분쟁 및 부당지출을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왕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료기관에서는 기왕증이면 건강보험에서 받고 아니면 자보에서 받으면 되는데 왜 부당지출이라고 하는지 어이가 없다. 누구한테 부당지출이 되나? 오히려 의료기관만 손해다. 기왕증 판단이 어렵다면 일단 손보사에서 진료비를 지급하고 건보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 아니면 손보사와 심평원이 위원회를 만들어 기여도를 따지면 된다. 이로 인해 의료계로서는 더 받는 것도 없다. 오히려 똑같은 값을 늦게 받게 될 뿐.

- 김진현 교수의 지적은 어쨌든 현재 자보나 산재보험의 경우 전문성이 결여돼 부실하게 심사가 이뤄지고 있고, 또한 이러한 부실심사로 인한 보험료 인상 등으로 많은 국민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칫 일원화를 강제할 경우 또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합리적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부가 이를 강제화할 경우 반드시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 일원화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첫째, 최소보장의 원칙에 입각한 건보와 최적의 진료를 보장하는 자보를 같은 선상에 보는 것 자체가 무리다. 즉 자동차보험은 엄연히 사보험인데 이를 공보험화 하려는 것은 무리 아닌가. 둘째, 평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인정하고 있는 건보의 무리한 심사기준적용은 교통사고환자의 보상과 재활개념을 도외시한 처사다. 셋째, 일원화를 해도 해당 손보사의 이중심사, 이중삭감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경제적인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넷째, 일원화는 소신진료를 막고 환자의 조속한 원상회복은 도외시한 채 손보사의 수익증대와 또다른 분쟁만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 앞으로 의료계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생각인가?

의협과 병협이 공조하며, 정부나 국회 등에 반대의견을 제출하고 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대책이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사가 마치 도둑이라는 시각에서 시작됐다는 데 있다. 의사 전체 중에 고의적으로 과잉·부당진료를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마도 국회의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고발되거나 의원직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오히려 비율로 따지면 더 높을 것이다. ■

유지영 기자 molly97@fromdo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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