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김희진 (결핵연구원 기술협력부장·결핵전문의)

결핵과 같은 후진병은 우리 사회에서 거의 사라지고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근 일부 고등학교에서 집단적으로 결핵 환자가 발생해 의료계와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일 매스컴에서는 결핵 환자의 등교를 중지 또는 격리시키지 않아 추가로 결핵 환자가 더 생기도록 하였다고 비난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이 늦었음을 질타했다. 또 학부모들은 소중한 자기 아이들이 결핵에 노출됐다며, 학교 당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과연 그런 조치들이 옳은 일일까? 만약 등교를 중지시키면 더 이상의 추가적 감염이나 환자 발생은 안 생기는 것인가?

아마도, 그 학생은 생각할 것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학교에서 눈총을 받아야 하는 것이며, 또 친구들로부터 소외되어야 하는지…. 가장 억울한 사람은 결핵에 걸린 내가 아닌가!

결핵에 안 걸린 나머지 학생들도 생각할 것이다. 그 친구를 조심해야지, 내가 결핵에 걸리면 절대로 남들에게 이야기 안 해야지, 괜히 이야기했다간 학교에서 생매장 당하겠구나! 라고.

학교측은 또 어떠한가. 괜히 결핵 검진을 실시해 학교 명예가 실추되고 학부모로부터 시달리게 되는구나. 앞으로는 절대로 역학조사에 협조하지 말아야지. 앞으로는 무조건 덮고 쉬쉬하고 넘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 라고.

과연 나머지 학생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결핵으로부터 안전한가?

결핵은 다른 전염병과 달리 한 번 감염되면 균이 체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잠복 상태로 일평생 몸 속에 생존한다. 이러한 잠복 상태에서 어느 일정시기에 결핵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면 균이 다시 활동을 개시하여 발병하게 된다. 감염자 중에서 약 5~10%만이 발병하고, 나머지는 일평생 결핵을 앓지 않는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결핵 문제는 매우 심각한 편이라서 감염자 수는 전 인구의 1/3이 넘고, 올해만 하더라도 17만 명이 결핵을 앓고 있으며, 신규 감염자가 1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감염 자들이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고, 이 땅에 사는 그 누구라도 결핵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결핵은 공기 중으로 균이 나오면서 전파가 이루어지며 환자가 사용하는 물건, 신체적 접촉 또는 음식물로는 전염되지 않으며 폐외 결핵은 전염성이 없다. 폐결핵 환자 중에서도 객담도말검사에서 양성인 환자가 주로 전염을 일으키고 있다.

치료 후에는 몸 속의 균들이 급격히 사멸하기 때문에 도말양성환자라 하더라도 전염성은 별 문제되지 않으며, 설사 남아 있는 전염성도 보름 정도만 치료하면 소실되는 것으로 보고있다. 즉, 치료 전 전염성의 크기가 100%라면 치료 시작 후에는 1%도 안 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주위 사람들의 감염은 치료 전에 이미 이루어지며, 치료 후에는 더 이상의 추가 감염의 위험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지난 50년대 말에 밝혀진 바 있다.

그러므로 결핵에 걸린 학생의 등교를 중지시킨다는 것은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앞으로 결핵을 앓게되는 학생들에게 그 사실을 숨기도록 만들어서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결핵에 노출될 것이다.

이러한 결핵의 소집단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2년에 한 번 집단 검진하는 것으로는 단지 집단 발생을 파악하는 데만 도움이 될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 치료하여 전염성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 결핵 환자가 발생했을 때 주변의 밀접 접촉자들을 조사해 감염과 발병 여부를 확인하여 추가 환자를 발견, 치료하는 것이다.

학교 보건교사도 결핵이 의심되는 증상을 갖고 있는 학생이 있으면 의료기관에서 검사 받도록 하고, 전염성 결핵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는 접촉자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핵은 감기와 같은 전염병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초치료인 경우 6개월만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다.

결핵 환자는 몸이 아픈 것도 고통인데 마음에 상처를 주어 이중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의료인들이 앞장서서 결핵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국민들에게 알렸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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