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개념도 불명확, 통계도 없어

버려지는 아이들 위해 국가가 나서야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된 편이지만, 중증장애아동들은 여전히 버려지거나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는 ‘중증장애’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이들 및 그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크게 부족하다. 이에 본지는 문화방송과 공동으로, 중증장애아동들에 관한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세 차례에 걸쳐 게재될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의 실태와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실현 가능한 대안까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중증장애아동이 버려진다

2. 요양만 있고 의료는 없다

3. 일본 요육의료시설을 가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장애아동 전문병원 ‘서울시립 아동병원’. 이곳에는 부모에 의해 버려진 무연고 중증장애아동 약 200명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아동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 이보다 훨씬 많은 중증장애아동들은 의료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채 요양시설이나 가정에서 생명만을 이어가고 있으며, 부모에 의해 버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이 거주한다는 노원구. 노원구 상계동의 중증장애아동요양시설 ‘쉼터요양원’에는 미혼모의 자식 혹은 중증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진 85명의 무연고 중증장애아동들이 1인당 월 20만원의 정부 지원금에 의존한 채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회로부터 소외 받으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중증장애아동이라는 ‘멍에’를 안고 기나긴 세월 동안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다.

중증장애아동들은 일반 가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태어난 지 1주일만에 핵황달을 겪으면서 중증장애를 입은 채 10년째 살고 있는 10살 우석이. 엄마와 단 둘이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석이네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2인 기준으로 나오는 월 45만원과 장애수당 14만원을 합쳐, 총 59만원의 빠듯한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요즘 우석이 엄마의 고민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누워서 생활하고, 밥조차 혼자 먹지 못하는 우석이 옆에 항상 있다보니 전혀 생계활동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이런 상태로 언제까지 우석이를 집에서 보살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우석이 엄마는 한숨만 나온다.

현재 국내의 총 장애인수는 약 165만 명. 이들 가운데 중증장애아동은 몇 명일까? 불행하게도 현재로선 국내 중증장애아동 현황은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5년마다 전국 장애인구를 파악하고 있지만, 중증장애아동과 관련된 통계는 없다.

다만, 지난 2003년 복지부 장애인복지심의관실에서 당시 등록장애인 142만3,000명 중 18세 미만의 장애아동은 6만7,000명이며, 이중 각 장애유형별 1•2급 중증장애아동이 4만6,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한 게 전부이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본다면, 중증장애아동은 전체 장애인구 가운데 약 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미신고시설과 재가(在家) 중증장애아동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증장애아동의 수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이유는 국내에는 ‘중증장애’라는 용어 자체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개념도 불분명하고 통계도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나 관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중증장애아동을 가정에서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중증장애아동들이 버려지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버려지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

정희석 기자 leehan21@fromdo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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