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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안의학회 - 청년의사 공동기획   일차진료의사들을 위한 불안장애 특강 ⑨

우리나라의 불안장애 유병률은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상당수 불안장애 환자는 정신과가 아닌 일차의료기관을 찾는다. 하지만 불안장애에 대한 인식 및 처방이나 치료 노하우도 부족한 일차진료의사도 적지 않다. 이에 청년의사는 일차진료의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불안장애 관련 정보들을 상세히 전달하는 기사를 20회에 걸쳐 연재한다. 본 시리즈는 대한불안의학회와 함께 진행되며, 보령제약이 후원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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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강북삼성병원 정신과, 대한불안의학회 홍보이사|

중독이라는 용어는 엄격한 의미의 의학용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다. 과거에 사용되던 중독이라는 개념은 현재 남용과 의존이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이 임상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며, 향후 정신과 진단기준에서 중독이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많다. 이 글에서는 남용과 의존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중독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중독성 질환은 중독을 일으키는 종류에 따라 크게 물질중독(chemical addiction)과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니코틴의존을 빼고 나면 알코올중독이 가장 흔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박, 인터넷, 쇼핑, 그리고 섹스중독 등 다양한 형태의 행위중독이 늘고 있고, 행위중독이 물질중독 못지않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두 가지 중독은 각론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원인이나 과정이 비슷한 경우가 많고 최근 뇌 연구에 따르면 행위중독도 물질중독과 유사한 뇌 기능 장애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중독과 우울, 조울병 등 기분장애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불안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연구된 것이 적다. 실제 임상에서는 불안을 동반한 중독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질환의 중요도에 있어 중독이라는 질병 현상이 너무 강력하여,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 불안이 다소 무시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동반된 불안증에 대해서는 충분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는 중독성 질환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비록 일시적으로 술을 끊는다고 해도 재발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가 중독의 원인이든 결과이든 혹은 동반되는 현상이든 간에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치료자는 중독 현상 자체뿐 아니라 동반된 불안이나 불안증의 유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정신과 질환에 다른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약물의 순응도가 떨어지고 입원 및 자살의 비율이 높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중독성 질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헤로인 중독자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3년간의 추적관찰에서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증이 동반된 중독환자에 대한 경과관찰 연구는 거의 없지만 이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범불안장애나 공황장애 환자들의 경우 알코올을 비롯한 각종 중독성 질환의 비율이 높다는 보고가 있고 실제 임상에서도 불안이 선행된 중독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왜 중독성 질환과 불안증이 공존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우울을 비롯한 정서적 장애의 공존 과정과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우선 한 가지 질환이 다른 질환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술에 중독된 경우 이로 인해 추후 불안증이 발생하는 경우다. 오랜 기간 알코올을 비롯한 중독에 빠지게 되면 금단시기에 극도의 불안증상을 경험하기도 하고, 중독의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러한 스트레스가 이차적으로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직업, 경제적 문제, 가족갈등도 생기고 대인관계도 줄어들게 되고, 이를 피하기 위해 또 술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다. 불안한 심리를 회피하고 긴장을 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술이나 도박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의 가능성은 불안을 치료하기 위한 일종의 자가치료로 중독성 질환에 빠지는 경우다. 불안증 환자들이 일시적으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중독에 빠지는 경우나, 공황장애 환자가 불안발작을 줄이기 위해 술을 마시다가 중독에 빠지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중독에 의한 이차적 불안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형적 중독자에 비해 발병연령이 좀 늦은 경향이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두 질환이 공통의 발생원인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유전적 소인이나 가족환경 등이 두 질환의 발생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병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중독은 충동조절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와 강박장애(obsessive compulsive disorder) 두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는 쾌락을 추구하는 측면이 강하고, 강박장애는 대개 자아이질적이며 불안과 괴로움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차이가 있는데, 중독환자는 양 측면을 다 가지고 있거나 오랜 기간 중독에 빠져 있으면서 충동형에서 점차 강박형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임상에서 흔히 두 부류의 도박중독자를 만나게 되는데 한 유형은 타고난 중독자 형이다. 이 경우를 자극추구형(action gambler)라고 하는데 어릴 때부터 무엇인가에 잘 빠지는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경쟁적이고 승부욕이 강하고 호기심도 많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서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현실도피/적응장애형(escape type)이 많은데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 요인이 바닥에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도박이나 술과 같은 중독이 일시적으로 도피처로 작용한다. 초기 자극추구형 성향으로 중독에 빠진 경우라도 중독의 기간이 길어지고 가정적, 경제적, 직업적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서서히 현실도피형으로 이행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중독과 불안이나 우울 등 정서적인 요인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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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중독자를 만나게 되면 치료자는 특히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서적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개 여성중독자의 경우 발병연령이 늦고 우울, 불안 등의 성향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봐도 대부분의 여성중독자들은 중독 현상 자체뿐 아니라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불안, 우울, 소외감, 가족간의 갈등, 적응의 문제, 성격적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중독현상에 가려져 있다. 치료자가 이런 문제들을 다루지 않고 단순히 중독자로 치부하고 접근하게 되면 치료적 관계를 맺기도 어렵고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여성 중독자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인지행동요법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는데 아마도 이런 정서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약물치료의 경우 중독과 불안증의 일반적 치료와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러나 benzodiazepine 계열의 항불안제나 수면제의 경우는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남용이나 의존의 가능성도 있고, 특히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음주 후 항불안제의 복용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금단증상을 줄이기 위해 benzodiazepine을 사용하더라도 지속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평가를 하는 것이 좋다. 불안증이 동반되어 장기간의 항불안제 사용이 필요한 경우 의존성이 적은 buspirone 같은 항불안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항우울제의 경우 대부분의 불안증에 일차약물로 사용되고 있어 중독성 질환에 불안이 동반된 경우 흔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가 중독현상에 직접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알코올이나 도박의 갈망을 줄여준다는 일부 연구도 있으나 일찍 발병한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중독의 갈망뿐 아니라 불면이나 불안, 우울과 같은 정서적 요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도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것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중독과 불안증이 동반된 경우 치료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치료적인 접근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불행히도 대부분의 중독 환자들은 치료적인 동기가 없는 경우가 많다. 흔히 만나는 알코올, 도박 환자들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중독 환자들이 내원하게 되면 가장 어려운 일이 치료에 참여하도록 동기를 불어 넣는 일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치료에 있어서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고 핵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중독환자들의 경우 필요에 따라 항갈망제를 처방한다 해도 약물의 순응도가 다른 질병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 병원에 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약까지 먹으라는 것은 때로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병식이 있고 치료 동기가 높은 경우도 가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예외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독 환자들의 특성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불안이 동반된 중독자들의 경우 본인이 불편한 증상이 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이를 잘 이용하면 치료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불안증 환자들이 불면 증상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불안, 불면이 있는 경우 약물의 사용을 위해 비교적 정기적으로 내원하고 약물복용도 잘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두 가지 질병을 가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중독행동을 할 경우 치료가 쉽지는 않지만 치료자와의 관계를 맺는데 불안증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불안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중독자라는 낙인을 찍기보다는 불안증에 이차적으로 중독이 동반된 것으로 설명하면 오히려 더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치료자가 불안이 동반된 중독자들의 이런 심리를 치료적 관계 형성에 긍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예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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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 특강 9] 불안과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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