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설명처방도 수가 인정돼야"


정희두 (메드릭 컨텐츠 개발실장 겸 ㈜의학정보연구소 보건의료컨텐츠개발실장)

서울의대 졸업. 일반외과 전문의. 2000년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네 페이지로 설명한 만화 ‘허준생각’으로 의사사회에서 ‘히트 만화가’로 떠오름. 이후 본지에 1년간 만화 ‘닥터딜레마’를 인기리에 연재. 2003년 공중보건의로 복무. 조류인플루엔자에 관한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건재함’ 과시. 2006년 상반기 임상의사가 아닌 의료컨텐츠 제작업자(?)로 사회에 복귀, 현재 메드릭(MedRIC:Med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 컨텐츠 개발실장 겸 (주)의학정보연구소 보건의료컨텐츠개발실장으로 근무 중.

*닥터 두 : 정희두 실장이 제작하는 의료정보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의사캐릭터.

정희두 실장을 만났다. 제대한 지 한 달 반 남짓이라지만 계속 의료정보컨텐츠 사업에 발을 대고 있던 터라 적응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며 만났던 인터뷰 자리, 그는 “제가 하고 있는 의료컨텐츠 비즈니스와 관련해 진행하면 어떨까요?”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끌어갔다. 1시간 남짓, 열심히 사업모델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열정으로는 이미 성공한 CEO같은 느낌이다. 다만 그가 추진하고 있는 i-OCS (information-Order Communication System)라는 생소한 개념이 우리 의료계와 사회에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뛰어난 아이디어는 시대를 잘 만나야 인정받는다. 정희두 실장이 i-OCS알리기에 두 팔을 걷고 나선 것도 그래서다.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는 환자나, 시간에 쫓겨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못해 마음 무거운 의사들은 있지만 정작 알기 쉽게 제대로 된 설명을 ‘처방’한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는 바닥 수준이다. ‘설명 처방’이라는 개념이 의료계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i-OCS에 대해 소개하면?

간단히 말하면 보건의료정보컨텐츠 처방전달 시스템이다. 전자차트를 통해 약을 전달해주는 것처럼 종류별로 분류된 의료정보컨텐츠 데이터 중에서 환자에게 알맞은 설명컨텐츠를 ‘처방’해주는 식이다. 지금은 인터넷, 매체 등 수많은 의료정보 중에서 자의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환자를 약 창고에 밀어 넣고 알아서 가져가라는 식에 비유될 수 있다. 대신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의사가 제대로 된 의료정보를 전문적 판단 하에 처방하자는 것이다. i-OCS를 통해 컨텐츠가 환자의 e-메일, 휴대전화 등으로 송신된다. 그러면 환자는 이해하기 쉽게 가공된 컨텐츠를 통해 질병정보를 여유 있게 받을 수 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예를 들어 인플루엔자 예방주사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1,500만 명이 맞는다. 이 중 서너 명이 부작용으로 죽는다. 거의 국가적 행사인데 이게 무슨 주사며 어떤 부작용이 있고, 맞고 나서 주의점, 주사를 맞으면 안 되는 조건 등 진짜 중요한 정보에 대해 설명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게 우리나라 의료현실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에 대해 설명하는 컨텐츠는 대략 5분 정도로 제작비용은 1,000만원 정도다. 병원이 환자 서비스차원에서 투자하기에는 큰 비용이지만 i-OCS라는 전체 툴을 가진 사업자가 선투자해서 이 컨텐츠를 만들어두면 첫 해 인플루엔자 주사를 맞는 사람들에게 클릭 당 10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병원에서 처방하는 거다. 환자의 e-메일, e-메일 기능이 되는 디지털 TV, 휴대전화 등에 이걸 발송해준다. 또는 대기실 PDP나, 진료용 컴퓨터 등 여러 경로로 보여주는 거다. 환자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의사는 설명의 의무를 다해서 좋고, 컨텐츠 제작업자는 제작비용을 비롯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

현실화 시키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컨텐츠를 애니메이션 화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분당 200만원, 3D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분당 1,000만 원의 제작단가가 들어간다. 그래서 병원만 되도 제작할 엄두를 못낸다. 근데 제작능력이 있는 정부는 홍보제작물을 몇 건이나 만들었는지로 성과를 측정한다. 이런 질병정보컨텐츠가 얼마나 쉽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모른다. 지난 3년 간 여러 번 입찰을 해왔지만 평가 잣대는 오로지 제작단가가 얼마냐에 달려있다. 일반 대형 애니메이션 업체와 제작 단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은 돼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지난 3년 간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출혈 입찰을 해왔다. 공무원들이 생각하는 의료정보 컨텐츠는 의사가 나오고 텍스트가 움직이는 정도다. 일반 애니메이션 업체에서는 그림으로 질병 과정을 풀어나갈 능력이 안 되니 텍스트로 밀고 나가고 거기에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분당 10만원도 부르고 20만원도 부른다. 쉬운 예로 협심증을 설명하면 심장이 펌프작용을 해서 전신으로 피를 보내는 것이 동맥이고 모세혈관을 통해서 조직에서 영양분과 산소를 교환한 후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오는 혈관구조가 있듯이 심장 자체적으로 혈액순환을 시키는 것을 관상동맥, 관상동맥을 통해서 심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따로 있는데 이 혈관이 좁아짐으로 인해서 심장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서 심장세포에 쥐가 나는 게 협심증이고 더 진행되어 심장세포가 죽는 게 심근 경색이다, 이렇게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줘야 하는데, 협심증이란, 관상동맥이…, 이렇게 텍스트로 푸는 것은 일반인들의 이해도에 많은 차이가 난다. 텍스트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맞추다 보니 당연히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건수와 입찰단가라는 두 가지 항목으로 놓고 볼 때는 공무원들의 입맛에는 안 맞는 거였다.

전 국민과 병의원 사이의 네트워크가 필요할 듯 보이는데?

우리나라 IT인프라는 세계 최고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디지털 TV로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도 몇 안 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업모델로 성공한다면 완전히 다른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IT 네트워크 개발, 쉽게 말하면 고속도로 닦는 데 돈을 들이부었다. 그래서 휴대전화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된 거다. 근데 지금 동영상으로 장사되는 것은 성인 정보밖에 없다. 경부 고속도로를 깔아놨더니 자전거가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제 길 닦는 거는 그만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어떤 정보가 그 빠른 정보통신망을 타고 다닐 것인가에 투자가 돼야하고 의료서비스는 다른 컨텐츠와는 달리 국경도 없고 문화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서비스 모델은 다른 나라에서 그대로 가져가서 쓸 수 있다. 컨텐츠에 대해서 국내에서는 원가만 맞출 수 있으면 해외 시장에서 몇 배의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의료 쪽 컨텐츠로 사업모델이 나오나?

사실 3년 동안 고민을 했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 의료 애니메이션 정보에 대한 수요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무료정보가 깔려있으니 건강정보를 돈 내고 다운 받지는 않는다. 결국 일반 컨텐츠와는 달리 사용자가 돈을 낼 준비가 안 되어있으니 제 3자를 찾아야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고, 제약회사나 보험회사 등에서 서비스 차원에서 i-OCS를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병원에서 이 서비스를 도입하면 운영 프로그램과 전송시스템만 구축돼있으면 환자당 1원 정도의 투자로 설명을 안 해준다느니 하는 불평도 해소할 수 있다. 또 CT 조영제 부작용을 설명할 때 의사, 간호사 등이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환자입장에서는 검사는 받아야 하니까 못 알아들어도 서명을 한다. 물론 불만은 남는다. 그리고 의료진도 반복되는 설명으로 지치게 된다. 조영제 설명에 드는 비용을 계산해 봤는데 한 번 설명하는데 5분이 걸린다. 월급 200만원 받는 간호사가 이 설명을 하루 종일 한다고 보면 5분 설명의 단가는 3천 원 이상이다. CT촬영이 1년에 4만 건 정도 이뤄지는데 우리 계산으로는 조영제 설명에 대한 컨텐츠는 건당 100원 정도면 처방이 가능하다.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30배 이상 더 비싼 셈이다. 또 다른 것은 환자가 컨텐츠를 보고 나면 클릭 했던 기록이 i-OCS 내에 남게 된다. 그러면 문제가 생겼을 때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증거가 되는 거다. 물론 그 전에 법원에서 이런 식의 설명의무 증거를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야겠지만. 내용의 난이도나 이해 수준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 같은 공인된 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면 된다. 제작업체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델로 가면 하청 방식으로 가는 것보다는 수익모델이 더 낫다. 하청방식에서는 그 저작권이 발주처로 넘어가지만 이런 시스템은 제작업자가 권리를 갖게 되니까. 이런 식으로 해외시장도 개척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영어는 그런 대로 되지만 병원에서 의사소통을 할 정도는 아닌 외국계 시민을 위해 동시통역하는 사람들을 상시 대기시킨다. 의료수가가 높으니 가능하겠지만, 각 환자에 맞는 언어로 제작된 설명처방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의사들은 쓸 거다. 우리나라에서 10원에 팔리는 거라면 미국에서는 10만원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

현재 진행상황은?

지난 3년간 노력 끝에 지금은 다른 업체에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컨텐츠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만들 때 납품단가를 대보라”고 했을 때 아예 못 만들겠다 하는 식으로 손을 떼는 업체들도 나오기 시작했고, 제작단가가 우리보다 더 높은 곳도 생겨서 이제는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다. 그렇지만 공무원들이 이렇게 설명식 애니메이션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을 때 아직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고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하는 부분이 있다. 제약회사와 보험회사 측에서는 컨텐츠 제작을 타진해오는 단계까지는 왔다. 지난 달 서울시에서 서울 IT인프라를 이용해서 의료, 정보 등 5가지 영역에 대해 서울시의 특화된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공모, 일년에 5억씩 총 25억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었다. 거기에 i-OCS를 갖고 나갔는데, 가장 큰 벽이 ‘의사가 정보를 처방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i-OCS가 구축되기 위한 선결과제는?

컨텐츠 선순환이라는 부분이다. 다빈도 처방이 되는 영역에서는 데이터베이스라고 할만한 내용이 구축돼야 서비스가 굴러갈 수 있다. 최소한 수십억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나 서울시, 혹은 스마트 머니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시스템이 가진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언젠가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지원했다가 (서울시 사업 선정에서)떨어진 거다. 지금까지는 쉬쉬하고 있었지만 특허출원을 내놓은 상태로 홍보부터 열심히 하기로 했다.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이 이 사업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보건복지부다. 이 시스템은 재원 풍부한 정부 쪽에서는 아주 매력적인 사업이다. 이 시스템을 홍보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작할 때 정부에서 우리가 하겠다고 덤벼들고 설명처방을 도입하는 병원에 대해 의료보험수가에 인센티브를 반영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몇 년 동안 쌓은 탑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 이걸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특허다. 이렇게 홍보를 시작한 것도 막을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제도 면에서는 첫째, 약 처방에 수가를 받듯 설명처방에도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 서울시 사업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서울시는 보건복지부보다 한발 앞서 나가겠다는 의욕으로 지원사업을 제안했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환자가 내용을 봤다는 것이 데이터베이스에 남으면 의료분쟁발생시 독점적인 근거자료로 인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적인 도달 목표는?

데이터베이스라고 할 만한 정도의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나면 그 데이터베이스가 병원 전자차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의료정보도 전문가의 손에 걸러져서 환자에게 제공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됐으면 한다.

외과전문의라는 타이틀은?

2년 안에 판가름이 난다고 생각했다. 아직 친구들에 비해 안정된 직장도 아니고, 만화 그려가면서 돈을 버는 거라서…. 아버지도 제 통장 보시고 언제까지 하겠냐고 하시더라. 2년 만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 안에 i-OCS개념이 받아들여져 궤도에 오른다면 그 때는 벤츠를 타고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다시 외과의사로 개원하게 되겠지, 하하. ■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fromdoctor.com

사진 김선경 기자 potopia@fromdoc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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