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진 (군산의료원 순환기내과 과장)
- 지방의료원으론 드물게 분과화로 전문성 높여
- 군산시민들이 신뢰하는 의료원 … 환자 두 배로

유남진 과장이 해답을 필요로 하는 문제는 내과에서 분과를 나눈 후 운영이 쉽지 않고 중재시술이 없다는 점이다. 공공의료원으로서는 흔치 않게 분과가 나뉘어 있는 군산의료원은 인구 26만 명인 군산에서 두 개 밖에 없는 종합병원 중 하나다. 그만큼 군산에서 차지하는 의료 비중이 높다. 군산의료원으로 가기 위해 탄 택시기사의 말에 의하면 “400병상이나 되는데 입원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하는 병원”이란다.
심초음파 시술을 마치고 바삐 진료실로 들어서는 유남진 과장. 원광대의료원에서 전임의로 있다가 원광대의료원이 군산의료원을 수탁하게 되면서 파견 나온 게 10년 전이라는데, 전공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은 외모가 먼저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고생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과 과장만 14명이지만 그가 파견 나왔을 때는 내과 과장 5~6명에 파견 인턴 몇몇으로 꾸려나가야 해서 한 달에 당직을 10번이나 선 적도 있다. 전문의가 된 다음에 서는 당직은 몇 배나 더 힘들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차츰차츰 발전해갔죠, 이제 어엿한 내과 전공의 수련병원이에요. 지정된 지 6년째죠.”
10년 만에 규모로는 4배 성장을 했는데 군산의료원은 2년 전부터 분과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은 혈액종양과 류마티스를 빼면 분과전문의들이 모두 배치된 상태다. 공공의료원에서 분과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굳이 분과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군산에서는 의료원이 가장 상급병원이에요. 거의 모든 중증환자가 저희 병원을 거쳐 대학병원을 가거나 여기서 치료를 받거든요. 환자의 중증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의료의 질이 높아야 하는 건 당연하죠. 요즘 환자들의 의료수준에 대한 기대도 크고 중증도도 높으니 분과 체제로 가는 게 맞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분과로 가는 것이 경영적인 면에서 이득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공공의료원도 수익을 낼 것을 원하는 공공기관 효율화 분위기에서 더욱 쉽지 않은 선택이다.
“환자 만족도는 높아졌는데 저희는 좀 손해죠. 대학병원은 접수비를 두 번 받을 수 있는데, 저희는 소화기를 보든 내분비를 보든 순환기를 보든 한 번만 받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 환자수가 늘면 상쇄는 되니까…. 수준이 높아지고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가 많이 늘었어요. 환자 만족도도 높아지니까 경영진들도 이해하고 분과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요.”
부모님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환자가 느는 것은 의사들의 일이 더 많아진다는 뜻인데 군산의료원 내과 과장들이 이렇게 내과 분과화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군산에서 태어났어요. 부모님, 친척들이 아프면 군산의료원에 오시죠. 최소한 부모님께서 믿고 찾으실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유남진 과장이 군산의료원에 파견 나왔을 때만 해도 의료원은 경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여느 공공의료원과 다를 바 없었다. 모든 기업이 휘청대는 IMF시절이었다.
“은사님께서 대학병원과 군산의료원을 순환진료 하면서 힘들어하시는 것을 보고 1번 타자로 자원했어요, 하하. 병원에 와보니까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의료원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이었어요. 의사만 잘 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고 내과만 잘해서도 되는 게 아니잖아요.”
선택은 한 가지 뿐이었다. 전체 직원들이 의료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른 병원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것. 간호사, 의료기사 교육부터 시작했다. 학회에 참여하고 다른 병원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면서 직원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달라지고 의료원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환자가 두 배로 늘었다.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이자 직원들의 사기는 더 높아졌다. 일은 늘었지만 직원들의 능력으로 달라진 병원 분위기는 직원들에게 희열을 가져다 줬다.
힘들어? 능력을 키워야지!
“분과를 한다거나 중재시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환자가 찾는 병원이 되기 위해 당연한 거예요. 똑똑한 환자들은 금방 알거든요. 지금 잘 된다고 머물러 있으면 바로 외면당해요. 그러면 경영이 힘들어지고,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공공의료원이라는 한계 때문에 중재시술 장비 예산은 신청한 지 3년이 됐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유남진 교수는 진료 못지않게 예산을 따내기 위한 다양한 설득 자료들도 열심히 모으고 있다고.
분과 운영이 쉽지 않고 중재시술이 없다는 문제는 한 가지 정답밖에 없다. 중재시술이 가능한 기계를 갖추고 전문화하는 것이다. 주한미군기지가 가까이 있고 새만금으로 인한 인구 유입으로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군산의료원에서 빠른 중재시술 시행은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 과장의 당연한 결론. 의료원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직원 교육을 통해 수준을 높이고, 중재 시술이 가능하도록 중재시술 의료기기 구입 예산을 따내기 위한 근거를 모은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심을 제대로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타격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유 과장의 해결법은 효과를 봤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답을 찾은 것이 주효했던 셈이다.
해결책은 내 안에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그가 존경하는 박옥규 전 원광대의료원장에게서 배웠다. 박옥규 교수는 항상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환자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을 환자 탓으로 돌리지 않고 환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능력을 탓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는 유남진 과장의 문제해결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군산에서 태어나 의사가 되고, 다시 군산에서 군산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유 과장, 그는 “환자들은 제가 자란 모습을 보고 제 생활을 다 아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제 말에도 더 귀를 잘 기울여주시죠. 때로 불편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고향에서 오래오래 살게 될 것 같네요.”라고 말한다.
군산 시민들에게는 정말 유 과장이 옆집 착실한 아들인 셈이다. 이 ‘착실한 아들’을 믿을 수 있는 의사로 두고 있으니 군산 시민들은 꽤 운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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