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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가만난사람]

안성민(길병원 중개의학과, 연강학술상 수상논문 제1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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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사람들은 당황한다. 자기 몸임에도 왜 아픈지, 이런 증세가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해야 이 불편함이 해결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사를 찾는다.

의사에게서 자신의 몸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는지 전해 듣는(translate) 것이다. ‘의학의 본질은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이라는 안성민 교수의 말이 이해된다.

올해 연강학술상을 수상한 논문 <최초의 한국인 유전체 서열 및 분석, The first Korean genome sequence and analysis: Full genome sequencing for a socio-ethnic group>의 제1저자인 안성민 교수는 인터뷰 내내 중개의학의 필요와 미래에 대해 깊은 확신을 보였다.

중개의학과라는, 의사들에게도 그리 친숙하지는 않은 기초의학, 수상 논문도 최초의 한국인 유전체 서열 및 분석이라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택했지만, 이미 많은 곳에서 중개의학의 가능성을 봤다고.

안 교수에게 중개의학은 운명적 만남(serendipity)이다. 예기치 않게 의대를 오게 된 것도, 게놈 프로젝트에 발을 들이게 된 것도, 길병원에 오게 된 것도 그렇다. 이제 막 과학자로서 알게 되는 것이 많아졌다는 안성민 교수, 그를 통해 중개의학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미국 NIH에서 중개의학 연구에 집중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분위기를 탄 건지 교과부에서도 중개연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기초연구에서 나온 성과가 빨리 임상연구로 넘어가는 게 중요한데 그게 쉽지가 않거든요. 대강 엮는 게 아니라 중개의학에 집중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나 할까요. 바람직한 흐름이죠.”

중개의학과는 큰 대학병원에는 대부분 있지만 많은 의사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최근 아산, 삼성 등 유수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을 선언한 후 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중심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은 연구로 올리는 수익이 40%에 달한다. 밀려드는 환자로 진료만으로도 수익을 올리던 국내 대형병원들도 의료환경의 변화에 따라 질적인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좀 늦은 감이 있죠. 그런 선도 병원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10~20년 전에 연구 중심병원으로 나서야 했는데. 길병원 같은 경우도 환자를 보는 것만으로 개인의원에서 중형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이 됐잖아요. 이젠 병원이 남들이 정립해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신약도 만들고 임상실험도 하고 좋은 치료프로토콜도 만들어내는, 지식을 창출하는 기관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에게 중개의학이란 기초연구의 수많은 연구결과를 임상의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 이상이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한쪽 언어를 이해하고 그 쪽에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번역하는 역할.

어떻게 보면 환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의학적으로 번역해서 환자에게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이다. 중개의학의 개념이 그렇게 확장될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저는 MD이기도 하고 PhD기도 하니까 두 세계를 이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죠. 의대를 졸업하고 과학자로 길을 잡았을 때부터 돌아보면 상대적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은 것 같아요. 좋아서 선택한 길인데 돌아보니까 거의 아무도 없는 거죠. 큰 의도보다는 일종의 세렌디피티라고 생각해요. 어쩌다보니 유니크한 사람이 된 거죠.”

언제나 소수파?

2004년 그가 의대(아주의대)를 수석 졸업했을 때, 전국의 의대 수석 졸업자 중 상당수가 서울아산병원에 인턴을 신청했다.

기초의학은 그가 유일했다. 사실 의대는 2지망이었다. 원래 화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한의대 교수로 있었던 친척이 한의학과에서도 생화학 연구를 많이 한다며 권유하기에 한의대로 지망을 했었다고(나중에야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았단다).

1999년에 호주 퀸즐랜드 주립대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한국에서 의대를 다녔다. 그리고 기초의학을 선택한 것이다. 일찌감치 연구를 마음에 두었던 계기라도 있었을까?

“어릴 때는 뭘 할 건지 고르는 게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고 보니 내게 주어진 것 중 뭘 버릴까 고르는 것이 선택이 아닌가 싶어요. 주어진 상황에 제가 맞춰야 하는 거죠. 제가 유학을 가고 전공을 선택하고 길병원에 온 것도 그런 상황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연구를 하겠다는 이른 결심으로 1996년 노벨의학상 수상자가 나온 퀸즐랜드 대학에 유학을 갔는데-누나가 그 곳에서 음악을 하고 있었던 탓이 더 컸다- 그 곳에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호주 디렉터가 있었고, 박사 과정은 당시 유전학이 더 강했던 멜버른 대학으로 선택했다는 식이다.

2000년대 초 아주의대도 그에게 아주 좋은 ‘놀이터’였다. 젊은 교수들이 주를 이뤘던 의대는 역동적이고 열정적이었다. 안 교수는 그 시절 아주의대에서 받았던 교육이 당시 한국에서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교육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잡종문화였죠. 한 가지도 당연한 것이 없었어요. 40명밖에 없으니까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랩마다 들어가서 많이 배우고. 지금 같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운이 따랐던 거라고 볼 수 있죠.”

길병원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좋은 프로젝트를 찾고 있지 않았다면 그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세대 시퀀싱 기계를 손에 넣기 위해 5~6년을 기다렸고-기술은 있었는데 현실화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기술이 현실화되자 4~5억 하는 기계와 분석비용을 감당하겠다는 길병원 관계자들을 만났다.

내 속도대로 내 생각대로

“연구원 한 사람과 함께 밤을 새가면서 분석을 했죠. 안 되면 옷 벗겠다는 각오로 일했고, 그러다보니 도와주시는 분들도 늘었죠.”

길병원 중개의학과로 부임한 지 3년, 연구원 1명과 달랑 둘이서 시작했던 랩은 올해는 연구원이 다섯 명으로 늘어 나름 ‘다수’가 됐다. 하지만 그가 ‘기초연구’에 뜻을 두기 시작한 시절부터 그는 항상 ‘소수’였다.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대통령상)’을 받았을 때도 유일한 의대 졸업생이었고, 호주정부 장학금도 전국에서 한 명, 아시아에서 열 명이 받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의사 아들’이 아닌,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한다고 고생 많은’ 아들에 대한 주위 시선에 익숙해지셨다고. 그래서 이번 수상소식이 조금 더 기쁘기도 했을 터다.

“상 받았다는 소식 들었을 때요, 후텁지근한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은 시원함이랄까, 하하. 진짜로 날이 더웠는데 소식 듣고 시원해졌죠, 하하. 일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해하던 차였는데 정말 기쁜 소식이었어요.”

수상 자체는 그리 낯선 일이 아니건만, ‘상금 있는 상’은 처음이라 더 기뻤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그다.

안 교수가 선택한 유전체분석작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처음에는 이길여 재단이사장의 DNA로 분석을 시작했다가 내부 반대로 다른 이의 DNA로 대상을 바꾸기도 했다. 아직 뭔가 ‘찝찝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작업이 사회에서 지지를 받을 날은 언제쯤일까?

“사회적으로 해결돼야 하는 문제니까, 급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임상의사들, 특히 개원의들은 기초연구를 먼 얘기라고 생각하시지만 요즘 유행하는 코스메슈티컬처럼 자기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관심을 기울여주시면 임상에 분명 도움이 되는 때가 오리라고 생각해요.”

항상 한적한 길을 걸어서일까. 주위에 사람이 없다고 불안해하지 않고, 많다고 조급할 필요도 없다는 듯 여유 있는 안 교수에게서 든든한 중개의학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글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Writer profile
청년의사 신문 김민아 기자 licomina@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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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만사] 의학의 본질은 중개의학! 상의 본질은 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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