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인부담률만 올리면 되나

오피니언/사설 2010/07/10 07:10 Posted by 청년 의사
[기사 인쇄하기]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외래 진료비의 본인 부담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보도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달 29일 연합뉴스가 보건복지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종합병원 진찰료 전액 본인부담 추진’이라는 제하의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의 핵심 내용은 ‘현재 총진료비의 50%인 종합병원의 외래 본인부담액을 진찰료 전액 + 나머지의 50%로 조정한다’는 것과, ‘현재 진찰료 전액 + 나머지의 60%인 상급종합병원 외래 본인부담액을 진찰료 전액 + 나머지의 70~80%로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큰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보험 혜택을 줄인다는 것이다. 보도에서 언급된 취지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병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일제히 강력 반발했다. 병원계는 중소병원의 경영난 가중을, 시민사회단체들은 환자의 부담 가중을 우려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차이를 줄여서 오히려 3차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논란 직후 이 방안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지난 7일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에 상정되긴 했으나, 일부 위원들의 항의로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복지부 관계자나 건정심 위원들의 발언의 행간을 읽어보면,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가 문제일 뿐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올리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수립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환자들이 상급 의료기관에 몰릴수록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무슨 명분을 내세우든,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현재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외래 진료의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의 본인부담액이 꾸준히 증가해 오는 동안에도 환자들의 대형병원 집중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진 것으로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점점 더 큰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여러 가지 질병을 갖고 있는 고령 및 만성질환자의 증가, 생활수준의 향상, 교통의 발달, 전문 분야의 세분화 및 환자들의 의학지식 증가, 대형병원들의 경쟁적 몸집 불리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당연히 대책도 복합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급여 혜택을 줄이는 것으로 국민들의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향후 필요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을 키울 수 있다. 과도한 의료 이용을 억제하거나 과도한 상급의료기관 이용을 억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금전적 불이익보다는 다른 종류의 불편을 가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 금전적 불이익을 준다고 할 경우, 꼭 필요한 곳에 대한 급여 혜택을 늘리는 조치가 그에 상응하여 병행되어야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대형병원들의 무차별적 규모 경쟁을 규제하는 것도 필요하며, 1차 및 2차의료기관들이 의료의 수준이나 기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획일적이고 통제적인 의료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점점 더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와 그것을 쫓아가는 공급자들의 행태 변화를 면밀히 계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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