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의국

강원도 강릉시 내곡동에 위치한 관동의대는 지난 1995년 의예과가 개설되면서 설립됐다. 국내 43개 의대 중에서도 막내급이며, 아직도 가끔 ‘신생’이라는 말을 듣는다. 15년이라는 짧은 역사 탓에 아직 모교에 교수로 근무하는 동문 선배도 없다.
의료계 내에서 선후배라는 끈끈한 인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상기하면, 아직 선배들이 의료계 내에서 든든하게 터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어려움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찾은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나가고 있는 ‘변화’와 ‘전통’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명지병원 내과, 정말 많~이 바뀌었다
명지병원 내과 의국에는 현재 4년차 동시헌, 이승원, 이희우, 송선옥, 강버들, 3년차 이상헌, 박형복(의국장), 김인태, 현여경, 김윤지, 2년차 고원준, 강병수, 강원식, 유승훈, 이민경, 1년차 배상균, 조정현, 백정훈, 박경원, 이부현 전공의 등 총 15명이 속해 있다.
대한민국 의사들 중 바쁜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지만 10여명이 참여한 사진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는 4년차 이승원, 3년차 박형복, 2년차 이민경, 1년차 박경원 전공의 등 4명이 참석했다. 수는 많지 않았지만 각 연차의 ‘대표선수’들이 참석한 인터뷰는 시종 유쾌하게 진행됐다.
우선 인터뷰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의사들을 위해 ‘의국 분위기는 어때요?’라는, 난이도가 가장 낮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들 중에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변화’였다.
4년차 이승원 전공의는 “특징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예전 제가 저년차 때보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저년차 때는 윗년차들이 ‘쎄고’, 분위기도 싸~했다. 잘못된 환자라도 나오면 ‘××새끼’라는 말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높아지면 그러지 말자라는 말을 했고, 실제 변화를 주고 있다. 요즘은 오히려 교수님들이 ‘의국회의는 1년차들 혼내는(원래 좀 더 강한 표현이었지만 지면에 쓰기 곤란해 순화한 표현이다) 시간인데, 너희는 왜 의국회의를 그렇게 하냐’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의국장인 3년차 박형복 전공의가 말을 받는다.
“예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며 요즘에도 의국 내에서 같은 전공의나 간호사들 간 비속어나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젠틀한 내과 의국 만들기’를 진행 중이다.”
이어 2년차 이민경 전공의는 앞서 언급된 의국회의 분위기에 대해 ‘같이 모여 얼굴 볼 시간도 없는 가족들이 같이 밥 한번 먹는 자리’라고, 의국회의 분위기를 통해 전체 분위기를 에둘러 표현했고, 막내인 1년차 박경원 전공의는 ‘질책보다 가능한 칭찬을 많이 하는 분위기’라고 의국 분위기를 정리했다.
4년차 이승원 전공의가 1년차였던, 불과 3년 전까지 험한 말들이 난무했던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는 이제 칭찬이 많아지고 젠틀해지려 하고 있다. 정말 많이 바뀌었다.
공부 많이 하는 내과가 좋은 사람들
분위기를 알고보니 이들이 내과의국에 모여 같이 일하고 공부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왜 내과를 선택하셨어요?’라고. 이 사람들, 인터뷰 전에 말이라도 맞추고 나왔나보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함께 ‘공부 많이 하는 내과가 좋아서’라는 전제가 깔린다.
1년차 박경원 전공의는 “학생 때부터 내과가 재미있었고 큰 고민을 하지 않았는데, 인턴 하면서 공부를 너무 많이 해야 해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자신감에 대한 고민과 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과를 택하게 됐다”고 진지하게 설명한다. 덧붙여 ‘아직까지’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년차 이민경 전공의는 “어차피 밖(로컬)에 나가면 다 같은데 굳이 내과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4년 동안 트레이닝 받는데 남들보다 좀 더 쉬고, 좀 더 인터넷하고, 좀 더 텔레비전 보는 것이 뭐 중요하겠냐고 생각했다. 또 성격상 누가 시키면 하고 안 시키면 안 하기 때문에 편한 곳에 가면 그만큼만 얻을 것 같았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3년차 박형복 전공의는 “처음엔 응급의학과도 매력적으로 느꼈다. 인턴 입장에서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나간 환자는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고, 내과에 와서 야 이렇게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다른 과에서 도저히 모르겠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환자를 부탁하는 과가 내과다. 다른 과에 비해 훨씬 힘들지만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이 들고, 환자가 좋아지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4년차 이승원 전공의는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 이등병 시절을 회상하듯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내과를 하면 청진기 하나만 있어도 환자를 볼 수 있어 더 많이 봉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에는 “내과 의사는 다른 과에서 넘어오는 환자를 모두 볼 수 있는 실력을 쌓아야 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대한민국 의사들이라면 모두 한 공부 하는 사람들일 테지만 이 사람들, 정말 공부 좋아한다.
‘아직은’ 변화 중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의국은 사람으로 치자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 아니다. 의국의 전통이나 선후배 간 끈끈한 유대,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출신이라는 자부심 등이 아직은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의 현재보다 미래가 더 궁금했다.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의국은 ‘ing’ 중이다. 역사도 오래지 않았고 분위기도 바꾸는 과정이기 때문에 뭐라고 정의하긴 곤란하지만, 변화를 시도하면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4년차 이승원 전공의)”
“뭔가를 시작하면 전통이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이런 전통을 만들었다’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그렇게 되도록 하고 있다.(3년차 박형복 전공의)”
“다른 과에서 볼 때 왜 저 검사를 하나, 불필요하다, 오버다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과를 해보면 그게 왜 중요한지 알게 된다. 내과를 한다고 했을 때 (의사라면) 다 하는데 뭘 배울 수 있겠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해보면 안다고 말하고 싶다.(1년차 박경원 전공의)”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나온 답변들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원하고 이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란 느낌이 들었다.
내친김에 ‘앞으로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의 모습은 어땠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3년차 박형복 전공의가 “우리는 아직 초창기고 마이너고 소수집단이지만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작지만 강하고 알차고 실력있는 내과의국이 됐으면 좋겠다. 선배로서 열심히 할 것이고 후배들의 길을 터주고 만들어 가는 선배가 되기 위해 2~3배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솔직 담백하게 말했다.
4년차 이승원 전공의 또한 “저보다 더 똑똑한 후배들이 전통과 체계를 갖춰 나갔으면 한다. 보다 일사불란한 내과가 됐으면 좋겠고,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인다.
아직은 1년차인 박경원 전공의도 “학생 때는 내과뿐만 아니라 학교 자체가 오래된 의대가 아니기 때문에 선배들 중 교수가 없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20~30년 후면 모교에 남아 교수를 하는 사람이 많이 생겨 있을 텐데, 그런 사람 중 내과가 많았으면 좋겠고, 그런 선배를 모티브 삼아서 자부심 강한 의국이 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선배들을 거들었다.
‘변화’라는 단어는 긍정과 부정을 모두 지니고 있다. 변화에는 긍정적인 변화와 부정적인 변화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에 불고 있는 변화는 분명 ‘긍정’의 그것이다.
그들 말처럼 아직은 초창기고, 마이너고, 소수집단일 뿐이다. 하지만 변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인 관동의대 명지병원 내과 의국 출신들이 의료계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날, 분명히 올 것으로 기대한다.
곽성순 기자 kss@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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