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인쇄하기] 최근 중앙일보가 전국 의료기관의 암수술 자료를 입수하여 보도했다. 해당 자료는 심평원이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게 제출한 것이다. 이 보도에 의하면 병원마다 의료수준의 차이가 매우 심했다. 우선 암수술 건수만 해도 심평원이 정한 기준 건수에 미달하는 곳이 많았다. 지난해 위암 수술을 한 병원의 70%, 대장암은 69%, 간암은 54%가 기준 건수에 미달했다. 이 중에는 기준 건수는 초과했지만 수술 후 합병증이나 사망률 지표가 나빠서 ‘기준 미달’로 분류된 곳도 제법 있었다. 또한 대학병원이나 꽤 규모가 큰 공공의료기관들도 여러 곳 포함됐다. 암수술 건수가 많은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을 비교해 보니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 비율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이 보도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전문가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난이도가 높은 수술의 경우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경험과 숙련도가 진료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상식적’인 사실은 여러 선진국의 연구를 통해 이미 입증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도는 겉으로 드러난 ‘사실’ 이외에, 생각해 보아야 할 여러 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 대형병원의 환자 집중 현상이 너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주요 9종류 암수술만 놓고 볼 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행해진 암수술 중 무려 28.1%를 소위 ‘빅4’로 불리는 병원들이 시행했다. 2004년의 26.5%보다 더욱 늘어난 수치다. 특히 난이도가 높은 간, 췌장, 폐암 수술은 40%를 상회한다.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둘째, 의료의 질 관리가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현재는 질 관리 및 질 평가 체계도 부실하고 질 향상을 위한 인프라도 취약하다. 인증제도를 새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주로 ‘기본적인 운영 시스템’을 보는 것이라서 질 관리의 한 측면만 평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가 한쪽으로 몰리고 그로 인해 ‘많이 하는 병원이 잘하는’ 당연한 결과가 빚어지면서 다시 환자가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평균적인 질 향상과 균형 발전은 더욱 요원해진다.
셋째, 의료기관 정보 공개의 흐름이다. 이번 중앙일보 보도 이전에도 비슷한 종류의 자료들이 공개된 적은 여러 차례다. 앞으로는 더 자주 더 세밀한 자료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일반에 공개될 것이고, 개별 병원 차원에서나 전체 의료계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정보 공개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때로는 겉으로 드러난 통계가 진짜 진실을 왜곡할 수도 있으므로, 정보 공개의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한 일종의 합의도 필요하다.

넷째, 현재 심평원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관련 정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심평원이 보유한 방대한 진료 정보는 매우 학술적 가치가 높지만 연구자들의 접근은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간헐적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비공식적으로 ‘흘리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의료기관이 똑같은 수준의 의료를 제공할 수는 없으나,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이라면 최소한의 ‘품질’은 보장되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정보 공개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기준 이하의 병원을 무조건 비난하기도 어렵고, 대다수 병원을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메커니즘도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Writer profile
author image
청년의사신문
<저작권자(c) 청년의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설] 암수술 병원 태반이 ‘기준 미달’이라니

트위터 이웃에게 기사를 전하세요. [retweet] 클릭!

TRACKBACK :: http://doc3.koreahealthlog.com/trackback/40005

◀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233  Next ▶



 



헬스로그

Copyright ⓒ 2009 헬스로그.All rights reserved.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99-1 루튼빌딩 2층 주식회사 헬스로그 webmaster@healthlog.kr
이 사이트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전재·복사·배포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