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유지영] 지난 7월부터 잇달아 시행된 의료급여제도,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률제, 공인인증제를 통한 의료급여 및 건강보험 수진자 자격조회 등 각종 정책들에 대해 그동안 거부 투쟁을 벌여 온 의사협회가 끝내 손을 들고 말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6일 “그동안 거부 투쟁을 벌여온 공인인증제를 포함하는 새 의료급여제 및 정률제에 대해 실행적 대응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며 “그동안 의협의 지침에 따라 새로운 제도를 거부해 왔던 회원들은 앞으로 새 제도에 맞춰 진료하라”고 공지했다.

그동안 의협의 지침을 따라준 회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일부 회원들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우게 할 수는 없었다는 게 집행부의 입장이다.

의협 박경철 대변인은 “새 의료급여제는 물론이고 공인인증제 시행을 거부한다는 의협의 투쟁에 95% 이상의 회원이 따르지 않고 단 5%의 회원만이 따라오는데 과연 의료계 투쟁이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라며 “적어도 30%의 회원들이 따라와 줬다면 모를까 이러한 참여율 속에서 계속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오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박경철 대변인은 “오기를 부리고도 싶었지만 이미 투쟁의 효력이 상실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따르라고 고집할 수는 없었다”며 “이는 의협을 믿고 따라와준 회원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따르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열심히 따라와 준 회원들만 피해를 보는 이러한 현실을 집행부로서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것.

그는 “열심히 따라준 회원들의 분하고 섭섭한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며 “현실적으로 의료계 투쟁력이 약화돼 있음을 미처 모르고 50% 이상은 따라올 것이라고 전략적으로 판단했던 게 집행부의 잘못이지만 앞으로는 이를 충분히 고려해 전략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공인인증제와 급여변경, 정률제에 대한 기존 법적대응 등의 조치들은 의협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의협의 지침을 묵묵히 따랐던 일부 회원들은 주수호 집행부에 크게 실망하는 눈치다.

한 회원은 “그동안 집행부를 믿고 따라온 회원들은 바보 밖에 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하며 “한두달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집행부를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느냐”라며 비통해 했다.

또다른 회원은 “집행부도 고민 끝에 결정했겠지만 어쨌든 이번 사태는 의협의 안일한 현실인식과 그로인한 잘못된 판단 때문에 비롯된 것인 만큼 회원들에게 분명한 사과와 함께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회원들이 다시 믿고 따르게 하려면 거짓 없고 꾸밈없는 반성의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료급여제, 공인인증제 등에 대한 의협의 일보후퇴 방침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하며, 오는 31일 오후휴진 및 비상총회 개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회원들이 적지 않아 많은 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야하는 주수호 집행부의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저지 투쟁에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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