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승우] 1차 한의약 육성계획에 4천억 지출…성과 불분명한데 다시 1조 지원

평가는 30명 설문조사…2차 계획 심의회의 딱 한 번 열려


정부는 지난 5년간 한의약 육성을 위해 약 4천억원을 썼다.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 의한 지출이다. 앞으로 5년간 ‘제2차 종합계획’에 의거하여 1조원 이상을 쓸 계획이다. 그런데 몇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

첫째, 이미 지출한 4천억원이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전무하다. 정부는 38개 과제 중 34개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거나 추진 중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의학연구원은 1차 계획의 성과에 대해 두 차례 설문조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문 대상은 30여 명의 보건의료전문가였고, 문항은 38개 항목에 대해 각각 ‘잘됐다’, ‘보통이다’, ‘잘못됐다’를 선택하는 형식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각 추진과제들에 대한 효율성 평가는 전혀 행해진 바도 없다.

둘째, 1조원의 예산 투입의 기본 근거가 되는 ‘제2차 종합계획’의 자세한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사실상 전무하다. 2차 종합계획은 한의학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정부 부처들이 논의하여 계획안을 마련했고, 최종적으로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확정됐다.

하지만 심의위는 딱 1회만 개최됐고, 심의위에 참석한 위원들조차 구체적인 내용은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공청회 등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어디에서도 세부 예산추계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

셋째, 1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결산 관련 자료, 심의위원 명단 등 기본적인 사항들조차 정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다. 정부는 1차 계획에서 어느 곳에 얼마나 많은 돈이 쓰였는지, 그 성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2차 계획에 포함된 예산의 세세한 내역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심의위원 명단조차 알려줄 수 없다면서, “꼭 필요하면 정보공개신청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본지 취재에 의하면 ‘심의위’는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 구성은 정부 관계부처 관계자 8명, 한의계 인사 6명, 연구기관 관계자 3명(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시민단체 관계자 2명(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시민모임), 약사회 관계자 1명 등이다.

‘한의약의 과학화, 산업화, 세계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한의약 육성발전계획’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할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출 계획이 적절하게 잡힌 것인지, 이미 사용된 예산은 제대로 쓰였는지를 평가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산 규모가 큰 경우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1조원(정확히는 1조 99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다른 분야의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보면 그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내의 박사과정 학생 300명을 ‘노벨상 후보자’로 선발하여 연간 3천만원씩 2년간 지원하는 등 집중 육성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불과’ 180억원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와 별도로 기초과학분야 우수 대학원생 20명을 선정해서 매년 4천만~6천만원씩 3~5년간 지원하는 ‘미래 기초과학 핵심리더 양성사업’을 지난해 시작했는데, 첫해 예산은 ‘겨우’ 10억원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노벨생리의학상 프로젝트’의 첫해 예산도 10억원이다. 1조원이면, ‘노벨상’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들 세 가지 프로젝트를 수십 개 가동할 수 있다.

복지부가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금액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에 올해 2,36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약개발, 의료기기 임상시험, 유망 치료재료 개발사업, 유전체 실용화 중개·임상연구 강화, 주요 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등 모든 분야에 투자되는 돈을 모두 합친 것이다.

한의약 육성 프로젝트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는 지난 2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추진된 ‘제1차 한의약육성종합계획’의 성과를 정리해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추진될 ‘제2차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1차 계획에는 약 4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2차 계획에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 자료에는 그야말로 ‘대략적’인 내용밖에 없다. 게다가 1차계획의 성과를 평가하고 2차계획을 수립 및 확정하는 과정은 너무도 단순했다. 한두 차례의 소규모 설문조사로 평가는 끝났고, 단 한 차례 열린 형식적인 심의위원회로 2차 계획은 확정됐다. 엄청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제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문제점은 없는지 자세히 짚어봤다.

단 한 차례 회의로 1조원 사업 의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제점은 2차 계획이 수립 및 확정되는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정부 발표자료만 보면 2차 계획 수립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용역 -> 정부부처들 협의 -> 공청회 및 의견 수렴 ->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의결 등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거쳤다.

하지만 한의학연구원의 연구용역 이외의 다른 과정에서 어떤 논의와 심의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특히 2차 계획의 최종 심의를 해야 할 심의위 회의는 2월 23일에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다. 그나마 제대로 된 사전 준비도 없이 진행되어서, 심의위원들조차 어떤 세부 계획들이 세워졌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이와 관련 지난 2009년 10월부터 심의위 심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선임연구원은 “2차 계획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심의위 회의에 참석한 것은, 지난 2월 23일 한 차례뿐이었다”고 확인했다. 또 다른 두 명의 심의위원들도 조 위원과 같은 답변을 했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한의약 분야에 대한 육성·발전이 필요하다는 데에 원칙적으로 동의를 했을 뿐, 계획의 자세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2차 계획 심의에 참여한 모 심의위원은 “2차 계획을 심의하는 심의위 회의에서, 한의약을 육성·발전시켜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는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세세하게 검토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 심의위원도 “전체적인 방향성에 대해서 동의 의사를 표했다”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필요성이나 실효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조재국 심의위원은 “총 소요 예산의 절반 이상이 한의약 연구개발 분야에 편성된 것을 보고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계획서에는 자세한 내용이 첨부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심의위 회의 준비과정도 다소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윤현덕 과장은 “2차 계획은 한의약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당 정부부처들과의 협의를 거쳤으며,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반영하고 심의위 심의를 통과해 확정됐다”고 해명했지만 “2차 계획 수립과정에서 심의위 회의는 한 차례만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항목별 예산 자료 있긴 있나…·심의위원 명단도 비공개

2차 계획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 추진사업별 예산자료의 존재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본지는 취재과정에서 2차 계획의 소관부처 중 하나인 복지부에 2차 계획에 포함된 29개 주요 추진과제에 대한 예산추계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추계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거나 “구체적인 추계자료는 우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차 계획에 포함된 주요 추진사업에 대한 예산추계 자료는 물론 사업이 이미 완료된 1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이하 1차 계획)의 주요 추진과제에 대한 예산집행 내역에 대한 자료를 복지부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에 자료 협조요청을 했는데, 복지부 관계자가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며 “의협이 자료를 토대로 계획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해 협조하지 않는 것이라면 오히려 다행인데, 진짜 자료가 없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확정된 계획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했다.

심의위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들의 명단에 대해 복지부가 ‘비공개 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2차 계획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2차 계획 심의를 위해 구성된 심의위 위원은 복지부 관계자 2명을 포함한 정부 관계부처 관계자 8명과 한의협 관계자 등 한의계 인사 6명, 한국개발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보건의료정책연구기관 관계자 3명,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 관계자 2명, 약사회 관계자 1명 등 총 2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복지부는 무슨 이유에선지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지는 심의위원회의 활동과 심의 과정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심의위원 명단을 알려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의협의 한 관계자도 “복지부측에 심의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했지만,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꼭 필요하면 ‘정보공개신청’을 하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슨 이유로 복지부가 심의위원 명단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국책사업을 심의하는 심의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 복지부의 행태로 인해 계획의 신뢰성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의협 “현대의학 침해 가능성 높아”

한편, 의료계는 2차 계획에 포함된 추진과제들 중 일부가 현대의학의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 산하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유용상 위원장은 “2차 계획의 10대 추진과제 중에 ‘저출산·고령사회에 대응해 한의약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이 있는데, ‘표준적 불임치료 방법(한약, 침) 정립 및 불임증의 한방 임상진료 지침 개발 추진, 표준화된 근거기반의 치료방법에 따른 한방불임시술에 대한 재정지원 등이 그 내용이다”면서 “무슨 근거에서 한의학으로 불임을 치료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가 예산까지 지원하면서 의-한 갈등을 조장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윤현덕 과장은 “한방치료가 불임에 효과가 있다는 경험적 성과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못했다. 따라서 경험적 성과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가능한지를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아직 계획 추진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약(재) 관리예산’은 200배 이상 증액

1차 계획과 2차 계획의 4대 추진분야별 예산을 비교해 볼 때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1차에 비해 크게 예산이 증가한 분야들이 있는데, 그러한 예산 증액의 근거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1차 계획에서는 한의약 R&D에 2,506억원, 한의약산업화에 786억원, 한의약의료서비스에 669억원, 한약(재) 관리에 6억8천만원 등의 예산이 책정됐었다. 그리고 2차 계획에서는 한의약산업화에 3,414억, 한의약 R&D에 3,412억, 한의약의료서비스에 1,647억, 한약(재) 관리에 1,626억의 예산이 책정됐다.

의료계는 1차 계획 때, 6억8천만원에 불과했던 한약(재) 관리예산이 2차 계획에서 1,626억원으로 200배 이상 증액된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의협 모 이사는 “예산이 단순히 증액됐다는 것만 가지고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지만, 한약(재) 관리예산의 증액 폭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이다”며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약(재) 이력추적관리 품목 및 한약재 안전기준 품목을 확대하고, 잔류농약 등 시험법 보강과 중금속 허용기준 개선 등을 추진해,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되어 있는데, 예산 편성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자료조차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 한의약산업화 예산도 1차에 비해 5배 정도 증액됐고, 한의약 R&D 예산과 한의약의료서비스 예산도 각각 1,000억원 가량 증액됐지만 증액의 이유는 전혀 설명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윤현덕 과장은 “한약(재) 관리 분야에 예산 증액 폭이 큰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의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 한약(재) 소비가 촉진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편성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1차 계획 수립·평가도 부실

1차 계획이 추진된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1차 계획에 대한 심의를 목적으로 구성된 심의위도 2차 계획 수립 때와 마찬가지로,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1차, 2차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책임자인 한의학연구원 신현규 EBM센터장은 “1차 계획과 관련된 심의위 회의가 한 차례 열린 것은 사실이다”고 인정했다. 그는 다만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련분야의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했고,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연구팀에는 의료계 인사인 H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참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 한의약정책과 윤현덕 과장도 “한의학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계획 수립에 필요한 기본 데이터를 얻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1차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다”며 “연구용역결과를 토대로 정부부처들이 논의해 계획안을 마련한 후, 최종적으로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1차 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심의위 회의가 한 차례만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했다.

지난 5년간 4천억원 가량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1차 종합계획’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평가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 용역을 받아 1차 및 2차 계획의 초안을 작성한 한의학연구원이 자체적으로 두 차례 실시한 설문조사 평가가 유일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는 ‘보건의료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행해진 것이며, 설문 내용은 38개 항목 각각에 대해 ‘잘됐다’, ‘보통이다’, ‘잘못됐다’를 선택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설문조사의 자세한 문항이나 결과도 공개된 바 없고, 설문의 대상이 된 전문가 30명의 명단도 당연히 비공개다.

이와 관련 조재국 심의위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의학연구원에서 1차 계획에 대한 평가를 위해 설문조사를 두 번 정도 실시했는데, ‘잘됐다’, ‘보통이다’, ‘잘못됐다’를 선택하는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또 “설문조사 이외에 따로 평가회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평가회의에 참석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의학연구원 신 센터장은 “전문가 설문조사는 1차 계획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 2차 계획을 수립하는 데 반영하기 위해서 실시했다. 사실상 1차 계획 추진과제들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는 설문조사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1차 계획 수립을 위해 구성된 연구팀이 주기적으로 추진성과에 대한 회의를 했다”면서도 “1차 계획에 대한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윤 과장은 “내가 한의약정책과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1차 계획이 거의 마무리됐기 때문에, 1차 계획에 대한 평가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한의학연구원에서 시행했다는 설문조사가 어떻게 시행됐는지,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예산 집행은 54%, 성과는 90% 달성?

복지부가 발표한 1차 계획에 대한 평가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총 38개의 추진과제 중 단 4개 과제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거나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또 있다. 당초 1차 계획의 예산 추계액은 7,315억원이었지만 실제 지원된 예산은 3,969억원에 불과한 것. 계획의 54%만 실제로 집행된 것이다. 애초에 1차 계획에 대한 예산추계가 과다하게 책정됐거나, 1차 계획에 대해 너무 후한 점수를 매겼거나 둘 중 하나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1차 계획 수립·확정시에도 똑같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2차 계획 수립과정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수정·보완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의약육성법’에 근거한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은 2차 계획 완료 후에도 매 5년마다 수립·추진될 계획될 계획이다. 즉, 1차 및 2차 계획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없을 경우 3, 4차 계획으로 똑같이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2차 계획에 대한 이러한 의혹들이 의료계에 전해지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2차 계획에 대한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의 한 관계자는 “2차 계획 수립과정은 물론 1차 계획 확정·평가과정에 대해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막대한 국가예산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2차 계획 추진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해야 한다. 만일 이대로 2차 계획이 추진된다면 의료단체들이 2차 계획에 대한 철회운동을 펼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차 계획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도 시급해 보이지만, 이미 종료된 1차 계획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더욱 시급해 보인다. 2차 계획 중 상당 부분이 1차 계획과 같거나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1차 계획에서 사용한 4천억원에 대한 평가 없이 1조원을 더 투입하는 것에 쉽사리 수긍할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승우 기자 potato73@docdocdoc.co.kr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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