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정상] 한의학硏, '글로벌원정대'에 연간 3200만원 지원

선진 전통의학 R&D기관 체험 등 명분…성과·예산사용 내역 불투명

교육부 "대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안다…자세한 내용은 몰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기옥)이 실시하고 있는 'KIOM 글로벌 원정대'가 매년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성과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KIOM 글로벌 원정대'는 한의학연에서 200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로 ▲미래인재 발굴 및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고양 ▲새로운 시각에서의 선진연구기관의 R&D활동 재해석 및 미래예측 ▲원정대 홍보를 통한 전통의학 및 기관의 인지도 증대 등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연구원은 매년 3개 팀을 선정해 연수지원금으로 팀당 900만원씩 총 2700만원을 지원하며, 연수완료 후 성과보고회에서 선정된 대상 1팀에게는 500만원의 장학금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한의학연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는 5월 9일부터 15일까지 'KIOM 글로벌 원정대'를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다.

문제는 2007년 이후부터 매년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글로벌 원정대'에 대한 성과나 결과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연구원이 낸 모집공모에 따르면, 글로벌 원정대로 선발된 인원은 세계 유수의 연구소, 기업, 대학,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 사회단체, 병원 등을 둘러보고, 각 나라의 전통의학 및 대체의학에 대해 조사하면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연구원의 홈페이지에는 모집과 선발에 대한 공지만 있을 뿐, 이들의 활동 결과를 소개한 내용을 찾기가 힘들었다.

일반적으로 원정대라는 이름의 해외연수 프로그램들이 해외 유수의 기관을 탐방하고, 이런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것과는 좀 상반된 모습이었다.

한의학연이 운영하고 있는 '하늬바람'이라는 블로그에서 원정대 참가자가 작성한 수기를 통해 일부 활동 내용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의학연이 2010년 우수작으로 선정한 '수면한의학을 꿈꾸다'라는 수기를 보면 원정단이 세계 유수의 기관을 찾아가는 내용이 소개됐지만, 정작 방문기관에 대한 시설만 소개할 뿐 대체의학의 발전방향 및 한의학과의 연계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이 수기는 "새로 지어진 스탠포드 수면의학센터는 그 규모와 시설로 보아 스탠포드 의대의 최근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일류라는 대학이 아무런 근거 없이 그냥 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확실한 발전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한 것이지요"라고 끝을 맺고 있다.


본지는 한의학연에 'KIOM 글로벌 원정대' 운영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청했지만 한의학연 관계자로부터 "우리가 그런 것을 공개할 의무가 있는가", "궁금하면 직접 와서 보라"는 식의 다소 무성의한 답변만 들었다.

이에 한의학연의 상위 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 기초기술연구회 담당자에게 자료를 요청했고, 한의학연으로부터 일부 자료를 받았지만 그 자료 역시 원정대 공모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과 참가자, 그리고 수기 1편이 전부였다.

이후 한의학연 관계자가 e메일을 통해 "(글로벌 원정대) 주제는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만으로 제한하지 않고, 세계의 전통의학과 소위 보완대체의학 분야로 확대해서 운영을 하고 있다"며 "전체 금액이 크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3개의 팀을 선정 팀당(3~4명) 900만원을 지원해 참가자들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원정대'의 운영성과와 예산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았다.

교과부 관계자도 "한의학연구원에서 대학생들을 선발해 해외연수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초기술연구회 관계자는 "성과보고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극지연구소의 북극원정대도 마찬가지"라며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의학연의 'KIOM 글로벌 원정대' 운영에 대해 시민단체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아무리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3,200만원이라는 예산을 사용하는데 사업목적만을 가지고 자체평가 없이 사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경우 하나의 사업을 진행할 때 정부로부터 사업계획서부터 결과 평가까지 치밀하게 보고하고 있다"며 "산하 연구기관이 3,2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함에 있어서 평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문제지만, 평가한 자료가 없다면 정말 큰 문제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의학연은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기관평가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경영 미흡판정을 받았고, 2006년 미흡, 2008년과 2009년에도 2년연속 미흡판정을 받았다.

또한 2009년에는 식약청으로부터 허위검사성적서 발급(2건), 일부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검사성적서 발급(18건), 식약청장 고시 시험범 미준수 후 검사성적서 발급(1건), 잔류농약시험 사용 장구 미구비(1건) 등 4가지 사항을 지적받아 '수입한약제 검사기관' 지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김정상 기자 sang@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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