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이승우] 가칭 '한국의료정책硏' 설립 설명회에 제약사 초청

“자신들은 제약사 후원 의사단체 송년회 비난해 놓고"


의료계 자생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대표 노환규)이 의료정책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제약사들을 초청해 후원을 요청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의총은 지난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국내외 제약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가칭)한국의료정책연구소 설립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전의총은 이날 설명회 개최에 앞서 매출 순위 상위 30위권의 국내외 제약사 30곳에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장을 발송한 30개 제약사 중 실제로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는 종근당, 유한양행, 대웅제약, 일동제약, 녹십자, 보령제약, 한미약품, 신풍제약, 바이엘코리아 등 9곳이었다.

전의총은 이번 설명회의 취지를 “현재 대다수 의료관련 연구소의 연구주제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고 그 결과물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의료제도와 관련한 실효성 있는 연구를 위해 가칭 '한국의료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자 설명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의총이 제약사의 후원을 요청한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개원의는 “지난해 모 제약사가 불특정 다수의 의사들에게 불법으로 리베이트를 살포했다면서 해당 제약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서울시의사회 송년행사가 제약사 후원으로 진행된다는 이유로 송년회장에서 시위까지 벌였던 전의총이 자신들이 설립하려는 연구소를 위해 제약사의 후원을 요청한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전의총의 이런 행태야 말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힐난했다.

또다른 개원의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모든 학회와 의사단체들이 제약사로부터의 후원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의 문제점까지 들춰가며 리베이트에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던 전의총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을 누가 순수하게 보겠냐”며 “전의총도 결국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그런 단체일 뿐이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전의총의 행태는 4000명 가까운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의사단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사의 후원을 강요한 것 아니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 대표는 "(가칭)한국의료정책연구소는 전의총이 (독자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의료단체와 제약기업들이 힘을 합쳐 의약산업을 함께 키우고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제도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의혹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다. 일부 전의총 운영위원들도 ‘지금 같은 시기에 눈치 보면서 이런 일을 꼭 해야만 하나’, ‘제약사들에게 왜 기회를 주느냐’면서 만류했다"며 "그러나 옳은 일이고 떳떳한 일이라고 판단해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의총의 힘만으로 필요한 기금을 모으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면서 “의약분업 시행에 따라 일차의료기관이 희생당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혜택을 입은 제약사들이 의료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어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의총은 (가칭)한국의료정책연구소의 설립을 위해 오는 4월 말경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2차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의총은 연구소가 설립되면 ▲적정 진료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삭감 및 임의비급여 불인정의 부당성 ▲원격진료, 건강관리서비스, 주치의 제도의 폐해 ▲의약분업 재평가 ▲의약품 리베이트 및 제약산업 발전 방향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승우 기자 potato73@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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