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정상] 연간 수백억 쓰면서 대표 성과는 ‘사상체질분석기’

논문목록은 ‘보안상 미공개’ … 1조원 프로젝트 맡겨도 되나?


정부는 한의약의 육성 및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0년까지 진행한 1차 계획에서 4,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투입됐고, 2015년까지 5년간 진행될 2차 계획에 1조 99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문제투성이다.

특히 황당한 것은 1차 계획을 수립한 기관과 이를 주도한 기관, 1차 계획을 평가한 기관, 2차 계획을 수립하고 주도할 기관이 모두 같다는 사실이다. 그 기관이 바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이다. <본지 560호 커버스토리, 2011년 3월 28일자 보도>

본지는 국책연구기관인 한의학연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일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한의학연 측에서 전혀 취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구원에서 발표한 학술논문 목록조차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여러 곳에서 단편적으로 얻은 정보들을 재조합해 본 결과는 놀라웠다.

수백 명의 인력이 일하고 있고 연간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은 너무도 허술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한의학연은 물론이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심층 취재 결과 본지는, 한의학연 관련 의문점을 다음 10가지로 정리했다.

의문 1. SCI 논문 20편 위해 연간 350억 써야 하나? 해마다 편차는 있지만, 인건비와 연구비를 포함해 연간 350억원을 쓰는 한의학연에서 나오는 SCI 논문은 연간 20편 내외에 불과하다.

의문 2. 석박사 연구원 82명, 제대로 연구하고 있나? 한의학연에는 석사 연구원 28명, 박사 연구원 54명 등 82명의 석박사 연구원이 있다. 교육이나 진료 등의 부담 없이 연구에 전념하는 석박사 연구원 82명이 연간 SCI 논문 20편 내외, 총 논문 150편 내외를 발표하고 있다. 인력 규모에 비해 매우 적은 논문 숫자다.

의문 3. 발표논문의 목록조차 공개 안 하는 이유는 뭔가? 학술논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세계에 공개된 것이다. 또한 논문 목록은 한의학연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의학연은 발표논문의 목록을 보여 달라는 본지의 요청을 '보안상의 이유로' 거절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연구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역시 거절했다. 공개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의문 4. 논문은 감소하는데 왜 연구비는 늘어나나? 20개 중점 연구과제 관련 논문을 보면, 2008년부터 3년간 논문 수는 160건, 154건, 124건으로 줄었는데, 연구비는 49.6억, 97.4억, 140.8억으로 늘어났다.

의문 5. 유명무실 ‘중풍발병 예측프로그램’, 수십억 가치 있나? 한의학연이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꼽는 것이 '중풍발병 예측프로그램'인데, 20억원 이상이 투입된 이 프로그램을 직접 살펴보면 그야말로 ‘유명무실’ 그 자체다. 게다가 한의학적 원리와도 무관하다.

의문 6. 인기없는 ‘사상체질분석기’, 수백억 가치 있나? 역시 대표적 연구성과로 꼽히는 '사상체질진단툴'은 한의사들조차 실효성이 없다며 외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100억원이 투입됐고, 정확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500억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의문 7. 가짜 증명서 발급으로 검사기관 취소됐는데 왜 계속하나? 한의학연은 '허위검사성적서 발급', '시험 실시 없이 검사성적서 발급' 등의 이유로 2009년 '수입한약재 검사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

의문 8. 경영평가 매년 최하수준인데, 왜 아무 개선 없나?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경영평가에서 한의학연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중 2005년과 2007년 단 두 차례를 빼고는 계속 ‘경영 미흡’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개선되지 않았다.

의문 9. 1차 한의학육성계획 수립 및 집행한 기관이 평가까지 해도 되나? 본지가 3월에 보도했던 것처럼, 4,000억원이 투입된 1차 한의학육성계획의 수립, 집행, 평가를 모두 한의학연이 담당했다. 계획의 검증도 없었고 결과의 평가도 없었다.

의문 10. 이런 기관이 1조원 프로젝트 다시 주도해도 되나? 이 모든 의문점들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연은 다시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인 ‘2차 한의학육성계획’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의학연 혈세 낭비" 국민에게 물어보자

연구기관 이름 무색 … 논문목록도 공개 못해

매년 수백억 쓰면서 최대 성과가 '사상체질분석기' 개발?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김기옥, 이하 한의학연)은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설립됐다.

1996년 '한약조제시험파동(일명 한약파동)' 사건을 계기로 한의학 중심기관으로 부상하기 시작했고, 1997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으로 승격됐다.

이후 국가출연 연구기관으로 지정돼 매년 수백 억 원에 이르는 연구비를 지원받는 한의학 대표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한의학연은 2004년 10월 과학기술부 산하 산업기술연구회, 2006년 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를 거쳐, 2008년 이후부터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초기술연구회에 소속돼 있다.

한의학연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수천억 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는 한의학연의 능력이나 자질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의학연과 관련된 대표적인 10가지 의문점을 정리했다.

의문 1. SCI 논문 20편 위해 연간 350억 써야 하나?

정부는 한의학연에 상당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과부 기초기술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한의학연이 지난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규모는 총 359억이다.

이 중에서 73억이 인건비로 쓰이고, 286억 원이 순수연구비로 투자된다.

하지만 연구 성과는 미미하다.

해마다 편차는 있지만 한의학연에서 나오는 SCI논문은 연간 20여 편에 불과했다.

국가R&D정보서비스(이하 NTIS)에 따르면 한의학연은 2008년 한 해 동안 1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국내에 발표된 논문 111건을 제외하면 국외에 발표된 논문은 49편이 전부였다.

이 중에서 SCI저널에 실린 논문은 21편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매년 350억 원의 혈세를 투자해 20여 편의 SCI논문을 생산하고 있었던 셈이다.

학계는 과연 어떤 연구이기에 이렇게 많은 연구비가 쓰여야 했는지, 또 연구비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총체적인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SCI논문 20편을 위해서 연간 350억 원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문 2. 석박사 연구원 82명, 제대로 연구하고 있나?

한의학연은 상당한 수의 석박사 연구원이 한의학을 연구하고 있다.

기초기술연구회에 따르면 2010년말 기준으로 한의학연에는 총 82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고, 이 중 석사연구원이 28명, 박사연구원이 54명에 이른다.

이들 연구원들은 일반 교수들과는 달리 교육이나 진료 등의 부담 없이 오로지 연구에만 전념한다.

한의학연 연구원들은 연간 SCI 논문은 20편 내외, 총 논문은 150편 내외를 발표한다.

학계 및 의료계는 한 해 20여 편의 SCI 논문은 82명의 석박사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치고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의대 교수는 "임상 교수들 대부분이 하루 100명의 환자를 보면서 최소한 1년에 SCI논문을 하나 이상 발표한다"면서 "82명의 석박사 인력이 연구에만 집중해 그 정도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면 한번쯤 연구기관의 시스템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문 3. 발표논문의 목록조차 공개 안 하는 이유는 뭔가?

학술논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공개된 것이다.

또한 논문 목록은 '한의학연'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의학연이 발표한 논문의 목록은 어디에도 공개돼 있지 않았다.

기자가 발표 논문의 목록을 요청했지만, 한의학연은 '보안상의 이유'라며 논문목록 제공을 거부했다.

상위 부서인 기초기술연구회,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논문목록 제공을 거부했는데, 이유는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논문 목록을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계 및 연구 관련자들은 "논문 내용은 경우에 따라 비공개인 경우가 있지만, 이미 공공에게 발표된 논문을 보안상의 이유로 목록조차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NTIS도 한의학연의 논문목록 보고 및 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NTIS 관계자는 "한의학연은 2008년 이후 논문 목록을 정리해 올리지 않았다"며 "이전 논문목록 보고에서도 (한의학연은) 타 연구기관과 달리 SCI와 SCI(E)를 구분하지 않고 자료를 제출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연은 2011년도 6월 현재까지, NTIS에 2009년 및 2010년에 발표된 논문목록도 정리해 보고하지 않은 상태다.

의문 4. 논문은 감소하는데 왜 연구비는 늘어나나?

한의학연의 연구 성과는 매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간단히 발표 논문 수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기초기술연구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의학연은 논문 수는 늘었다 줄었다 하며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2008년 발표된 논문은 160건, 2009년 발표된 논문은 199건, 2010년 발표된 논문은 152건이다.

그러나 NTIS사이트에 분산돼 있는 한의학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장기프로젝트인 20개의 연구 과제와 관련된 논문은 2008년 160건, 2009년 154건, 2010년 124건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논문 발표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연구가 활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관련 분야의 연구 논문 수는 2008년 52건에서 2009년 36건, 2010년에는 16건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정부에서는 이런 미흡한 연구 성과에도 매년 증가된 예산을 배정해 지원하고 있었다.

한의학연의 출연금은 2008년에 203.4억에서 2011년 359억 원으로 3년만에 1.8배로 늘었고, 인건비도 같은 기간 28.6억에서 72.3억으로 2.5배로 증가했다.

특히 20개 주요 과제에 대한 연구비만 보면, 2008년 49.6억, 2009년 97.4억, 2010년 140.8억, 2011년 179.8억으로 꾸준히 증가해 3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20개 주요 과제에 대해서 논문 1건당 투입된 연구비를 계산해 보면, 2008년에는 3,100만원(49.6억/160건), 2009년에는 6,300만원(97.4억/154건), 2010년에는 1억4,500만원(179.8억/124건)이다.

논문의 ‘질’을 논외로 한다면, 논문 1편을 생산하는 데 투입된 액수가 2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한의학연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의문 5. 유명무실 ‘중풍발병 예측프로그램’, 수십억 가치 있나?

논문 외적인 부분에서 한의학연의 성과는 어떨까.

한의학연에서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중풍발병 예측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의학연은 유전자 변이를 검사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 논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통계였기 때문이다.

또한 한의학연은 프로그램을 건강보험공단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함께 공동 개발했다고 하면서 해당 인터넷 페이지에 두 기관의 이름 및 로고를 한의학연의 이름 및 로고와 함께 표기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건강보험공단 및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는 ‘모르는 일’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들의 건강정보를 이용한 연구는 굉장히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며 이런 연구가 진행됐다면 공단에서 모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사실 확인 요청 후 4일이 지난 다음 한의학연에서 발표한 논문과 저널을 확인해 결과를 알려왔다.

건강보험공단 모 실장이 연세대 보건대학원 모 교수와 함께 공동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는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의학연에서 개인적으로 용역을 받아 진행한 사항이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연구용역에 대한 내용을)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초기에 연구기간이 9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연구를 시작한 지 2년 정도 지나 1차적인 성과물이 나오자 한의학연에서 '그만하면 됐다'며 연구를 중단시켰다"며 "그 이후로 특허를 낸다고 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으나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의학연이 관련 프로그램으로 국내 특허를 획득하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고도 말했다.

"이미 논문에 공개된 자료였기 때문에 특허를 내봐야 쓰레기 특허밖에 되지 않을 것이고, 연구가 끝나지 않은 데이터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정확도도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연구자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연은 관련 특허를 획득했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SCI저널에 게재된 연구자의 논문을 한의학연의 성과로 보고했다.

그런데 여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한의학연이 프로그램을 우수 성과로 기초기술연구회에 보고했고, 해당 관리기관은 아무런 검증 절자 없이 이를 교과부에 올렸다.

교과부는 논문과 특허를 근거로 다시 이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해, 결국 이 프로그램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선정한 ‘2010년 우수성과 100선’에도 뽑혔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근거가 된 연구성과 보고서에는 "중풍 연관 후보 유전자 변이 중 4개 유전자(ELOVL2, SNTG2, TMEM5, LIPG) 6개 변이에 대해 검증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흡연, 혈압,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요인에 대한 비교위험도를 계산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사실 한의학연은 유전자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에게 용역을 줘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와 함께 한국인 130만 명의 건강정보를 이용해 뇌졸중의 발생원인에 대한 통계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결과는 학술지 에 ‘Stroke prediction model : A risk profile from the Korean Study’란 제목으로 게재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 사이트는 단 세 페이지로 구성됐는데, 첫 화면에 성별, 나이, 혈압, 당뇨병 유무, 흡연 유무 등 십여 가지 항목을 입력하면, 아무런 설명도 없이 10년 내 뇌졸중 발생 확률을 퍼센트로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는지 부연설명이 있지만, 대부분 '금연하면 뇌졸중 확률이 줄어든다'는 식의 '상식'을 알려주는 수준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한의학연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으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http://ammrc.kiom.re.kr/testest/)

이 프로그램은 연구비로 20억 원 이상이 투입됐고, 한의학연은 '뇌혈관질환의 한의학 변증지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014년까지 135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즉 이런 프로그램이 앞으로 6개 정도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확인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방옥선 센터장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방옥선 센터장은 우수성과 사례집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국인 중풍 위험도 예측프로그램은 여러 발명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또한 일부 업체에서 본 프로그램의 상업적인 사용권을 줄 것을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모여 신중하게 협의를 한 결과 국민건강 증진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던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 이에 상업적인 이용을 배제하고 무료로 배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게 됐다. 또한 특허등록 및 유지에 많은 비용이 소요됨에도 특허 등록을 통하여 일부분의 무분별한 상업적 이용을 방지하게 됐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실행해 본 의사들은 한결같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한 전문의는 "몇 천만 원 연구비로 기존 데이터 몇 가지만 활용하면 쉽게 만들 수 있겠다"고 답했고, 다른 한 전문의는 "이 정도 자료를 위해 130만명이나 되는 데이터를 수집한 것 자체가 코미디다. 통계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의문 6. 한의사들도 시큰둥한 ‘사상체질분석기’ 수백억 가치 있나?

한의학연의 또다른 대표적인 성과인 '사상체질진단툴(사상체질분석기)'은 효용성과 신뢰성에 대해 한의계 내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의학연은 지난 2월말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체질진단툴'을 전국 한방병원에 보급했다.

그러나 '사상체질진단툴'을 접한 한의사들은 장비의 실효성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체질진단툴'은 안면, 음성, 체형, 설문 등 4가지 방법을 통해 태양인을 제외한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에 사상체질을 진단하는 툴이다.

진단방법은 우선 안면진단기를 통해 정면과 측면 사진을 촬영해 사상의학적으로 안면의 중요한 특징점을 추출한다.

다음 음성진단기를 통해 음의 높이와 길이, 떨림, 음성 파형의 크기, 주파수 특성 등을 파악하고, 이어 체형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 목, 겨드랑이, 유두, 허리윗부분, 허리(배꼽근처), 엉덩이윗부분, 엉덩이 등 8부위의 둘레를 측정해 값을 입력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의 설문 진단을 통해 본인의 식사, 소화, 땀, 대변, 한열, 음수 등 35개의 자가 질문에 대답하면, 온라인으로 연결된 한의학연 서버에 값이 전달되고, 저장돼 있는 증례들을 참고·분석해 1분 후 결과를 보내준다.

한의학연 체질의학연구본부는 전국 11개 한의과대학과 협력해 구축한 체질정보은행의 임상체질 정보 2,600 증례를 활용해 사상체질 진단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시스템화 했다고 발표했다.

3월 현재 7,000건의 시료가 축적돼 있으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2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사상체질진단툴과 관련 한의학연 김종렬 책임연구자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7,000명을 수집하는 데 대략 100억 원이 지출됐고, 앞으로도 500억 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상체질진단툴은 객관화를 통해서 국내 한의학에 대한 신뢰를 높일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사상체질 진단의 객관화와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상체질진단툴에 대한 한의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개원 한의사들은 "그동안 한의사의 주관적인 진단에 따라 체질이 판별되던 문제점이 상당수 해소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확도가 그리 높지 못하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기기들이 소개된 적이 있지만 문제가 많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의문 7. 가짜 증명서 발급으로 검사기관 취소됐는데 왜 계속하나?

2009년에는 한의학연의 신뢰성을 실추시키는 일이 있었다.

2009년에 국책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수입한약재 검사기관 지정취소'를 당한 것이다.

당시 7개 기관이 경고를 받았는데, 한의학연은 그 정도가 심각해 유일하게 지정취소를 당했다.

한의학연은 한약재와 관련한 검사기관으로 지정받기 위해 1999년 4월부터 검사관련 분석기기실과 분석 장비 및 실험실을 마련했고, 10월 식약청 지정 한약재 위해물질 검사기관으로, 2002년 수입한약재 검사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한의학연은 보관된 기록상 시험 종료일보다 8일이나 먼저 검사성적서를 발급했고, 아예 시험을 하지도 않고 '가짜 성적서'를 만들어 발급한 사실이 적발돼 '수입한약재 검사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한의학연은 허위검사성적서 발급(2건), 일부 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검사성적서 발급(18건), 식약청장 고시 미준수 후 검사성적서 발급(1건), 잔류농약시험 사용 장구 미구비(1건) 등 4가지 사항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한의학연은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였다고 반박했지만, 당시 한의사들은 "한의학의 상징인 한의학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주 쓰는 처방을 연구원에 보내 안전하다는 성적서를 받아 대기실에 게시했는데 이제 스스로도 민망하게 됐다"고 한의학연의 무책임함을 비난했다.

그러나 한의학연은 수입한약재 검사기관 취소처분에도 그동안 검사 인력을 두고, 여전히 일부 검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연은 검사성적서에 효력은 없지만, 검사를 요청해 오는 것에 대해서 성적서를 발행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의학연 해당 관계자는 "수입한약재 검사기관으로 지정취소가 된 것 뿐이지, 다른 검사는 해도 무관하다"며 "현재도 검사를 요청해 오는 기관들을 상대로 검사 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한의학연은 수입한약재 지정기관에서 취소되면서 더 이상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다"라며 "만약 업체들이 한의학연에 수입한약재 검사를 의뢰하고 한의학연이 이를 수행했다면, 업체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입법 미비 사항을 지적했다.

이런 신뢰성의 문제에도 불과하고 한의학연은 최근 시설 및 장비를 갖춰 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로 부터 출연연 최초로 임상시험기관 평가사업 대상에 합격했다.

평가사업은 ▲의약품 임상시험 ▲의료기기 임상시험 ▲유전자연구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 ▲배아연구 등이며, 이는 단순한 수입한약재검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성이 높은 연구들이어서 학계 연구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의문 8, 경영평가 매년 최하수준인데, 왜 아무 개선 없나?

한의학연의 경영 상태는 연구 관리보다 더욱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의학연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2005년과 2007년 단 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경영 미흡' 판정을 받았다.

한의학연은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관평가에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경영 미흡 판정을 받았고, 2006년 미흡, 2008년과 2009년, 2011년도 3년 연속 미흡판정을 받았다(2010년도는 국제진단평가로 대체).

한의학연의 2011년 평가보고서를 보면 고객만족도만 (A)등급을 받았을 뿐, 성과관리, 산학연 협력시스템, 기관장 리더십, 조직 및 인력활용 효율화 부문이 모두 (B)등급을, 예산관리 및 집행의 견실성과 지식정보 관리수준 등에서는 최하점인 (C)등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최고등급 S, 최하등급 C)

한의학연은 출연연 연구기관으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문가들은 15년 이상 된 연구기관이 경영평가에서 매번 똑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은 리더십 부재, 또는 연구기관 구성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예산의 관리 및 집행과 관련한 신뢰성 문제에서도 매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010년 경영평가보고서를 살펴보면 한의학연은 최근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도 않고 계획을 변경해 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의학연 관계자는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연구기관으로서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1년도 경영평가보고서에는 "경영목표 중 한의학전문도서관 설립의 경우, 지자체와의 협의지연을 이유로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특정지역의 연구센터 설립으로 변경한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방법과 절차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한의학연은 한의학전문도서관을 설립하기로 해서 예산을 받은 뒤 협의지연을 이유로 특정지역의 연구센터로 예산을 전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는 등 절차와 방법도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의학연은 지난해 대구 학정동에 한의기술응용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6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이전 완료된 한의기술표준센터와 비슷한 규모로, 2012년에는 30억, 2013년에는 6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의문 9. 1차 한의약육성계획 수립·집행한 기관이 평가까지 해도 되나?

이미 알려진 대로 ‘한의약육성발전계획’은 한의학연이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서 진행한 연구용역이다.

한의학연은 한방의료, 한약품질, 한방산업, 한의약R&D 등 4개 분야로 용역을 분리해 계획을 짰다.

이는 2차 계획에서 한의약 의료서비스 선진화, 한약재 품질관리체계 강화, 한의약 연구개발 핵심기술 확보, 한의약 산업 발전가속화 및 글로벌화로 이름이 변경됐다.

분리된 용역은 각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의학연, 한국산업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소 등에 각각 연구용역을 줬다. 한의학연이 발주한 용역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연구도 한의약을 육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렇게 수립된 한의약육성계획은 대부분의 사업들이 한의학연을 통해서 진행됐다.

물론 예산의 집행은 복지부, 지경부의 소관이었지만, 한의학연은 지원을 받은 예산을 재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한의학연을 실질적인 한의약육성계획의 집행기관으로 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한의약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없다"며 "출연연인 한의학연이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차 계획의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2차 계획의 앞부분 20페이지에 걸쳐 소개돼 있는 1차 계획의 평가보고서도 역시 한의학연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의학연은 자신의 연구 성과들을 평가했고, 육성계획에 근거해 한의약 발전이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예산이 절반 이상이나 삭감 당했음에도 대부분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는 사실이다.

연구 자료의 상당 부분에서 오류도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한의약육성발전의 배경 및 근거가 논리적으로 비약됐다는 것이다.

한의약육성계획은 육성 계획의 배경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한의약육성법이 그것이다.

용역 보고서는 우선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난치성 질환의 증가의 영향으로 전통의약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수요 증대를 한의약에 투자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일부 보건의료비의 지출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전통 의약의 수요 증대와는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민간요법을 비롯한 대체의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78년 WHO의 권고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용역을 맡은 책임연구관은 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거나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의 의미는 '아프리카 오지와 같이 의료인의 수가 부족한 곳에서는 주술사를 비롯한 대체의학자들이 그나마 의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의약육성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한의약육성법이 있기 때문에 한의약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동어 반복일 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용역 보고서에도 미흡한 점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의학연은 세계 보완대체의학시장 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한의학에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05년 당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한의학연은 세계의 보완대체의학시장 규모가 93년 491억불, 98년 850억불, 2002년에는 1,000억불로 급성장하고 있고, 각국 정부의 집중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도 한의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결과 이들이 세계 보완대체의학시장의 범주로 정한 것은 천연제품, 단전호흡, 척추교정, 요가, 마사지치료법, 동종요법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었지만, 국내 보완대체의학시장의 범주는 한의학만으로 한정했다.

결국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도록 조작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용역 보고서는 정부 및 복지부가 한의학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사용됐다.

한편 관련 용역을 주도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해당 연구원은 현재 미국에 유학을 떠난 상태였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 한의학연은 자신이 운영하는 정보포탈 오아시스에서 해당 연구용역과 관련된 내용을 일괄적으로 삭제했다.

의문 10. 이런 기관이 1조원 프로젝트 다시 주도해도 되나?

한의학연은 매년 350억 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들의 논문 성과는 SCI논문 연간 20여 편이 전부이고, 논문 외 성과는 '중풍 발병 예측 프로그램', '사상체질진단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2009년 국책 연구기관 최초로 검사기관 지정이 취소되는 등 연구기관의 신뢰성이 크게 손상됐고, 이사회의 승인도 거치지 않고 예산을 전용하는 등 경영상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기관이 무려 1조 99억의 예산이 들어가는 2차 계획을 다시 주도해도 되는지 자체가 논란거리다.

한의학연의 이런 문제를 일부 알고 있는 시민단체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정책이 신뢰할 수 없는 연구기관에 의해 준비되고 무분별하게 진행된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광역시급 지자체의 한 해 예산과 버금가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부을 때는 국민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정부는 1조원의 혈세가 쓰이는 한의약육성발전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진행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계는 한의학연의 연구성과 및 신뢰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연구기관 및 연구과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한의학은 지원하지 말라는 말이냐", "전문가들이 모여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이런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있다.

한 의료인은 "효용이 불분명한 연구에 매년 400억 원을 지원할 바에는 영유아 필수예방접종에 400억을 사용하는 것이 보건의료향상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며 "1조 99억 원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복지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 김정상 기자 sang@docdocdoc.co.kr

사진 김형진 기자 kimc@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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