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ealth Summit 2011’이 지난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워싱턴에서 개최됐다. 미국의 보건 당국인 NIH(National Institute of Health)가 주도하는 컨퍼런스로 기술·산업·연구·정책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모바일을 활용한 건강 증진 및 의학 연구 방법을 논할 뿐 아니라 혁신에 필요한 정책과 규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다. 본지는 뜨거운 모바일 혁신 분위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mHealth Summit 2011에 직접 참가해 취재했다. 스마트 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행위 중 하나는 ‘게임(game)’이다. 앞으로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건강을 증진시키는 기능성 게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게임’의 기능성과 ‘게임화(gamification)’가 무엇인지에 정리했다.

▲ 더글라스 골드스타인(Douglas Goldstein), 미래학자(eFuturist) 양광모 기자

[청년의사 신문 특별취재팀]

오늘 소개하는 내용은 ‘진화하는 게임이 건강과 예방에 미치는 영향(The Evolution of Gaming and its Effect on Prevention and Wellness)’이란 주제의 mHealth Summit 세부 세션 내용이다. 첫 연자인 더글라스 골드스타인(Douglas Goldstein)은 미래학자(eFuturist)이자 게임 혁신 전문가이다. 게임과 건강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 ‘Health eGames’의 저자이기도 하다.

안녕하세요. 지난 강연들 중에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었나요? mHealth Summit 다른 강사 중에 행복이란 단어를 쓴 경우가 있었나요? 행복은 여러 해결책들에서 쉽게 빠지는 요소입니다. 이것은 참여를 결정짓는 요소이고 다음에 발표할 데브라 리브만(Debra Lieberman) 박사는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 왔습니다. 데브라와 저는 초기의 쌍방향 교류 게임들을 디자인하고 치료 순응도(compliance)가 상승하는지 임상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간단한 개요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것은 모든 분야의 보건의료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보건의료가 이동성을 획득한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제가 2007년에 ‘Medical Informatics 20/20’이란 책을 쓸 때 인공지능과 모바일 인터넷기기가 세상을 주도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변화와 더불어 게임의 영역도 커졌지요. 제 아이들이 처음으로 ‘Wii(닌텐도의 차세대 가정용 게임기)’를 가지고 놀던 날 방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은 온통 땀투성이더군요. 운동이 게임화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게임化(gamification), 모든 분야에 필요하다

간단한 낱말게임을 해봅시다. ‘페이스북(Facebook)은 세계 최대의 ( ) 플랫폼이다.’ 빈 칸에 들어갈 말이 뭘까요? 아마 ‘소셜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 분 많을 것입니다. 사실은 페이스북은 세상에서 가장 큰 게이밍(gaming) 플랫폼입니다. 페이스북의 가치가 그렇게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거기서 게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 애플, 존슨 & 존슨, 이들은 게임을 통해 고객들과 연결을 시도하는 곳입니다. 제인 맥고니걸(Jane McGonigal)이 쓴 ‘현실은 깨졌다(Reality is broken)’를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 책은 게임이 우리 삶을 더 낫게 해주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기술 하고 있습니다. 제인은 게임에 4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목표(Goal), 규칙(Rule), 참여(Participation), 자발적 참여(voluntary participation). 막상 보면 게임이라기보다는 일을 설명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왜 게임은 일과 다를까요? 왜 일은 언제나 일일까요?

게임은 긍정적인 감정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비디오 게임을 보면 스토리가 있고, 음악이 있고, 가장 중요한 재미와 상호 교류, 그리고 의사결정이 있습니다. 게임용 소변기가 좋은 예일 겁니다. 소변으로 목표를 맞추면 포인트를 얻고 이 포인트는 쿠폰으로 전환돼 비타민 워터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우리 주변 곳곳에 만연해 있습니다. 공항 대기실을 걷고 있으면 무엇이 보이시나요? 사람들이 뭘 하고 있나요? 게임입니다. 가벼운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게임 이론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모든 일이 꼭 딱딱한 일(Work)일 필요가 없고, 게임처럼 즐길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맨하탄의 한 학교는 성적표 대신 목표 달성 시 ‘파워업’을 받습니다.

스마트폰 앱 다운로드의 70%를 게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몇 십 개의 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실제 많이 사용하는 것은 게임일 겁니다. 보건의료 분야에도 이런 게임 이론이 필요합니다.

게임화와 게임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게임화는 일(work)을 놀이(play)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보건의료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리더보드나 포인트 시스템 같은 것이 사례입니다. 이런 게임화를 도입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게임도 아주 많습니다.

치료과정에 게임을 적용하다

(비디오를 켜며) 여기 비디오를 보시면 이 나노봇이 나오는 게임(ReMission)을 볼 수 있습니다.(사진1) 이 게임의 목적은 사람 몸 안에 있는 암세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한다고 게임하는 사람의 암을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 속에서 나노봇이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항암제를 맞아야하는 이유를 알게 되는 것이죠. 이 비디오게임은 HopeLab에서 만들어졌고 임상실험을 거쳤습니다.


▲ <사진1> 항암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게임인 ReMission. 양광모 기자

고관절 대체수술 같은 경우 65%의 사람들은 65세 이하로, 바쁜 생활 때문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시간이 없거나 한 달 동안 본인부담금 400달러를 낼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고관절 대체수술은 예후의 50%가 수술 후 관리에 영향을 받습니다. 어떻게 해야 환자 관리가 용이해지고 예후를 좋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언제든지 재활 치료가 가능하도록 게임화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Rehab@Anywhere Solution’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사진 2) 이 기술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커넥트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압센서가 달린 밑창을 넣은 신발을 신고 헤서 시그널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완전한 비디오 게임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합니다만, 가상공간을 다니며 근육을 회복하고, 상태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외래 환자 센터에서 엄격한 기준 하에 실시되고 있지만, 양로원이나 환자센터, 또는 이동통신 기기를 통해 실시되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제공하는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사진 2> Rehab@Anywhere Solution. 마이크로 소프트의 PHR 플랫폼을 이용해 환자가 적절한 재활 운동을 하도록 게임화 할 수 있다 - Douglas Goldstein. PDF 18페이지 자료. 양광모 기자

미국인들의 기본적인 문제는 많이 먹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건강한 사람들은 하루 만보의 거리를 걷습니다. 이 자리에 하루에 만보씩 걷는 분이 계시나요? 그 중에 아이폰이나 타블렛에 해당 자료를 옮겨놓으신 분은 계신가요?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운동량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일상화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모든 디바이스와 사람들이 촘촘히 연결되고 있습니다. mHealth 서비스는 어디서나 안전하게 제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데브라 리버맨((Debra Lieberman)), UC Santa Barbara 연구원 양광모 기자

데브라 리버맨은 켈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이자 ‘Health Games Research national program(www.healthgamesresearch.org)’의 디렉터로 있다. ReMission 게임 개발에 관여했으며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건강분야에 게임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다.

저는 Health Games Research national program의 디렉터인 데브라 리버맨입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작년으로 5년째가 됐습니다. 보건의료 개선을 위한 게임 디자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 프로젝트 21개를 지원했으며, 이는 각종 연령대, 게임, 플랫폼, 장르들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몇몇 모바일 게임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짧은 만큼 몇 가지 컨셉과 발견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은 게임이 보건 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지기 전에 게임이 효과가 있는지, 효과가 있다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좋은 게임을 어떻게 구분할 지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행동의학을 모르고 만든 게임은 무용지물

이미 수천 개의 의학 게임들이 나와 있습니다. 놀라운 숫자지요. 앱의 수까지 합하면 수만 개에 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최종 사용자나 보건 메시지, 행동의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해롭거나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물론 올바른 이론에 기초해서 개발 도중과 판매 뒤까지 충분히 테스트된 ‘잘 만들어진’ 게임들 역시 많습니다. 이 분야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아주 좋은 뉴스입니다.

여러분들 중 몇몇은 환자들이나 고객들, 병원을 위해 게임분야에 뛰어들 생각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이 좋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좋은 의료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들도 많고 필요한 도구들과 자원들도 충분합니다.

왜 게임이 강력한 교육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가진 특수성과 그에 대한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게임은 실제로 아주 강렬한 경험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각종 미디어와 게임이 실제 경험이 줄 수 있는 감정과 생각, 믿음, 지각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는 아주 신나는 이야기입니다.

게임은 희석된 현실이 아닙니다. 게임 안에서 캐릭터의 역할을 맡을 때, 여러 선택을 하게 되고 그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실제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느끼는 감정과 동일합니다. 잘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내 캐릭터가 미션을 완료했어!’라고 말하지 않고, ‘내가 미션을 완료했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우리처럼 행동 변화를 위한 게임을 디자인하는 행동 과학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일이지요.

게임의 필요조건은?

어떤 것이 게임이고, 어떤 것이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게임의 기본적인 특징에 대해서 알아야 했습니다. 저는 게임이 규칙에 기반을 둔 활동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플레이어가 골(goal)을 향해 나가는 과정에 따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것은 게임이 존재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게임은 특이한 종류의 경험으로 목표를 향한 도전이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게임의 또 다른 장점은 디지털 미디어라는 것입니다. 최근 몇 십 년간 건강 관련 메시지의 제작과, 건강 관련행동의 변화, 학습을 위한 쌍방향 매체 개발, 태도 변용 및 상호작용(interaction) 디자인에 대해 이루어진 방대한 연구를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설득력 있는 미디어 경험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쌍방향 상호작용은 플레이어가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좋은 게임을 플레이하는데서 오는 즐거움 중 하나는 지금까지 게임 내에서 해온 일들이 현재의 게임에 반영될 때입니다. 내가 이룩한 업적인 것이지요. 게임에 애착을 가지게 됩니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게임들도 이런 점을 이용하게 되지요.

이제 게임화(gamification)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때가 된 것 같군요. 게임화란 단어는 최근 2년 사이에 튀어나온 말입니다. 게임화와 실제 게임 사이의 공통점들도 있습니다만 차이점도 분명 있습니다. 게임화는 게임이 아닌 것 위에 게임의 요소를 입힌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포인트나 보상, 사회적 인정 같은 것들을 넣는 것이지요. 리더보드(Leaderboard)가 좋은 예입니다. 이는 외적 동기부여를 제거한다고 해서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항공사의 마일리지나 ‘한 개사면 한 개 더’ 같은 프로그램들 말이지요.

넓은 의미로서의 게임은 몇 주씩이나 계속되는 서술적인 기반으로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내적 동기부여와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해결 단계를 밟아가도록 하고, 플레이어들도 이 과정을 통해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들은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는 동안에 학습효과가 향상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게임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재활치료에 활용되는 게임들

재활 치료 분야에서 게임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Wii라던가 키넥트(Kinect) 같은 것들을 사용해 뇌졸중에 걸린 사람들의 움직임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사진3) 여러 연구에서 게임을 클리어하려는 목표를 이루려고 할 때 더 몰입하게 되고, 더 열심히 오래 노력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물론 더 재미도 있고요.


▲ <사진3> Wii를 활용한 재활 치료. LakeEast 병원 재활치료실에서 Wii를 활용해 뇌졸중 환자 재활 치료를 하고 있다. 양광모 기자

또 다른 좋은 점은 우리가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더글라스가 말했던 것처럼 게임은 우리가 쉬는 시간에 가장 즐겨 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게임 세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건강 관련 메시지나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말하기를 사람들이 게임을 할 때는 실패할 것을 예상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왜 실패했는지 생각해 보고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합니다. 이는 배움의 과정인 동시에 재미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불가능하지도 않고, 너무 쉬워서 지루해지지 않는 그 사이에 위치하는 것을 흐름(Flow)이라고 합니다. 이 사진(소년이 게임하는 장면)이 그 감정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패한 것에 대한 감정이 얼굴에 잘 나타나 있지만, 이 소년은 곧 다시 도전하고 재도전 할 것입니다.

현재의 보건 교육 시스템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피드백과 평가를 마지막 기말시험 뒤로 남겨놓습니다. 실패하면 거기서 끝이지요. 더글라스가 말했던 것처럼 몇몇 학교가 실시하는 파워업 프로그램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임은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게임의 사회성, 또 다른 장점이 되다

게임은 아주 사회적입니다. 초기에 게임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게임이 사람들을 고립시킨다고 말했습니다만 실제로 게임은 아주 사회적입니다. 게임 도중이나 게임이 끝난 뒤에도 네트워크를 통해서나 직접 얼굴을 마주보게 됩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대화 주제는 게임입니다. (청중이 첫 번째는 뭔지 묻자)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는 뭐겠어요? 성(sex)이겠죠. (웃음)

이 사진은 노년층들이 Wii로 볼링을 하는 모습입니다. 전국 Wii 볼링리그가 있어서 매주 화요일 밤 온라인으로 들어가서 게임에 참가합니다. 티셔츠와 팀 이름 등 아주 본격적이죠. 이 게임을 아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 4) 의사가 권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일어난 것입니다.


▲ <사진4> 노인들이 Wii를 이용해 볼링 시합을 하고 있다. 양광모 기자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게임의 세대 간 융합효과입니다. 할아버지들이 손자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호환성은 현재 장난감 업계의 뜨거운 주제입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이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Wii나 키넥트 같은 쉬운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게임 플랫폼들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게임으로 천식을 치료하다


▲ <사진 5> 천식 치료를 도와주는 게임 Bronkie the Bronchiosaurs. 슈퍼닌텐도에서 작동되는 게임으로 천식 아동을 위해 만든 게임이다. 양광모 기자

기본적으로 게임은 토론과 사회 활동의 발판이기도 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인 게임을 디자인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1990년 초반에 ‘브롱키 더 브롱키오사우르스 (Bronkie the Bronchiasaurus)’라는 게임의 개발을 도왔습니다.(사진5) 천식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게임으로, 이 게임을 통해 온라인 이야기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매체로의 전환이 이뤄졌지요. 그 다음, 온라인 토론방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게임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게시판에는 의사가 항상 상주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게임에 대해 얘기하겠지만, 곧 천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게임은 어색함을 해소하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특히 환자와 의사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소아과 쪽에서 처음으로 의사들이 아니라 아이들이 전문가가 되는 경우를 볼 수도 있습니다. 게임에서는 말이죠. 의사들이 아이들에게 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의사들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들이 생각과 걱정들을 말 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이 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을 삶에 녹이다

스마트폰 게임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으며 각종 센서가 이미 장치돼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게임이 여러분과 동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여러분이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동반자가 될 수도 있고요. 예를 들면, 휴대폰 카메라를 사용해 사람들의 식생활을 개선하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음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면 거기에 대한 점수를 매겨서 자신의 식생활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 게임 중에 도쿄에서 GPS센서를 통해서 실제로 특정 장소에 가면 가상 아이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상 아이템을 다른 사람들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아주 인기가 높은 게임입니다.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서 움직이게 한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이제 게임으로 암 치료에 대해서 배우고 순응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ReMission 같은 게임은 대규모의 임상실험에서 화학요법이나 여러 치료법의 순응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게임으로 건강증진, 꿈이 아니다

또한 게임은 건강관련 행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모두 건강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키우고 행동 변화를 더 쉽게 이룰 수 있게 됩니다.

저는 1990년대에 인기 있었던 플랫폼인 슈퍼닌텐도용 당뇨병 관리 게임인 팩키와 말론(Packy and marlon)의 개발에 참여했었는데요, 이 게임을 당뇨병에 걸린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게 주었을 때 6개월 간 평균 2.5회 병원에 방문하던 것을 77% 감소시켰습니다.

게임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한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 이아나 시메노프(Iana Simeonov), UCSF 연구원 양광모 기자

이아나 시메노프(Iana Simeonov)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의과대학 교육 중 mHealth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 독성 관리 시스템의 소비자 마케팅 디렉터이기도 하다. 기술 혁신을 통한 공중보건 향상을 도모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앞서 데브라가 게임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줘서 기쁩니다. 왜냐하면 저희 연구소는 매우 간단한 게임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통해 소개해드리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

독극물이나 약물과용은 어린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미국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위인 자동차 사고 바로 다음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주방 싱크대 아래에 있는 약들이 아니라 유괴를 걱정합니다. 현실은 유괴보다 집안에 돌아다니는 OTC 약물을 과용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말입니다.

콜센터 기반의 중독 관리의 비효율성

가장 많은 중독 사례를 보이는 것은 OTC 진통제인 애드빌이나 타이레놀 등입니다. 이 둘은 매해 순위가 바뀌고 있는데요, 매년 어느 제품이 더 효과적인 홍보를 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청중 웃음) 이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일 년에 4백 만 건의 중독사고가 일어나고 독극물 관리센터(Poison control center)로 보고됩니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중독 사고는 그 2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80%의 경우에는 집에서 경과를 봐도 되는 경우입니다. 만약 치명적인 상황이 의심된다면 독극물 관리센터에 연락해 응급실로 갈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6시간이상 기다려야 할 일은 저희 콜센터를 이용할 경우엔 없습니다. 독극물 관리센터로 전화할 때 드는 평균 유지비용은 43달러입니다.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될 상황을 판단해 줄 수 있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으니 가격대비 효율과 비용절감 면에서 비할 바 없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에서 어디에 살고 있든 최소한 한군데의 독극물 관리센터가 근방에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우리 센터는 끔찍한 이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소비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독극물 관리 센터’라는 말에 놀라는 모습을 봅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 뭔가를 ‘관리’할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혀 소비자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독극물 응급사태 시 연락하세요!’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슨 의미인지 조차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4시간 내내 대기하고 있으며 100개 이상의 언어에 대한 통역을 보유하며 유지비용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거나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새벽 3시에 당신을 도와줄 독물학자의 상담을 받을 유지하는 것에 세금이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중독사고 자체를 방지하는 게임

약물과용으로 인한 중독사태의 가장 흔한 이유인 OTC와 처방약을 잘 보세요. 어쩌면 이렇게 예쁘고 맛있게 생겼을까 궁금하게 생각되지 않습니까?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달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자주 약을 사탕이라고 속여서 아이들이 쉽게 먹도록 하곤 하니까요. 사탕으로 오해하고 꺼내 먹는 일이 생겨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떻게 하면 안전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제가 마케팅에서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메시지는 간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번에 하나씩. 우리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면 부모들은 듣지 않을 것이고 기억도 못할 것입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타겟이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 <사진 6> 캘리포니아 독극물 관리 센터에서 제작한 웹 게임 ‘Choose your poison'.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약물과 유통되는 사탕들을 가지고 만든 게임이다. 양광모 기자

두 개의 사진 중에서 사탕과 약을 구분하는 게임입니다. (사진 6) 자 골라보세요. 어느 것이 약일까요? (청중이 오른쪽이라고 외치자) 교육수준이 높은 관객들은 이래서 문제예요. 너무 쉽게 맞추시는 군요. (웃음) http://www.pillsvscandy.com/ 에는 천개의 테스트가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어른들도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가 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사탕과 약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으니 아주 조심해야 한다’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게임은 그런 마케팅의 목적을 띄고 있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우리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왜 있는지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우리에게 관심을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은 아주 소중합니다.

단순한 게임으로 공중보건 향상을 이루다

이 게임은 워낙 단순하다 보니 2주 만에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 3월에 발표됐고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도 높은 홍보 마케팅을 했습니다. 저희는 아이를 가진 블로거들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블로거들과 평소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 덕을 본 것이죠.

2달 사이에 2만4,000명이 이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1년 사이에는 10만 명이 플레이 했고요. 사람들이 이 게임을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에 대한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 게임을 계속 무한 반복해서 플레이 한다고 합니다.

게임을 플레이 해보면 아시겠지만 1,000개의 테스트가 매번 새롭게 조합돼 나옵니다. 또 질문도 바뀝니다. 어떤 것은 사탕을, 어떤 것은 약을 선택하라고 하지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틀리기 쉽습니다. 집에서, 또는 휴대폰으로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심지어 수업 중에 선생님과 함께 플레이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사실 초기에 게임을 만들면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입니다. 원래 이 게임은 어른들을 대상으로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제작됐거든요. 심지어는 제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의 약학대 학생들이 이 게임을 경쟁적으로 플레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게임에 더 착각하기 쉬운 조합들을 넣었고, 게임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Choose the Poison’이라는 앱도 만들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로 제공됩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스페인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히스패닉 계통의 사람들은 출산율도 높으니까요. 현재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양쪽 모두에서 작동됩니다. 히스패닉 버전의 다운횟수가 낮은데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 스마트 폰 사용율과 (다른) 게임 플레이는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나서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 중입니다. 영어버전에서는 꽤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시험적인 시도였지만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른 시도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안전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입니다. 물론 아무도 ‘독극물 관리 센터’에서 온 문자를 받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그 말은 넣지 않고 있습니다. 전국에 수많은 구독자들이 있습니다.

아주 간단한 게임인 만큼 이게 게임(game)에 속하는 것인지 게임화(gamification)에 속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훌륭했습니다. 저희 게임을 플레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후/기

게임과 게임화 그리고 의학 적용의 가능성

게임의 사전적 정의는 기술·능력을 겨루는 시합이다. 카드 게임부터 육체적 운동을 야구, 축구와 같은 동적인 게임, TV가 보급되면서 함께 커온 비디오 게임, 최근에는 스마트폰 게임 등 다양한 종류의 게임이 존재한다. mHealth에서 이야기하는 게임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도구로서의 게임을 뜻한다.

첫 강연자였던 더글라스 골드스타인이 말했듯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다. 하지만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은 대부분 ‘하기 싫은 것을 하라’고 하거나 ‘지키지 못할 약속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로 이뤄진다. 의사들이 기름진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것이나 술을 줄이라는 것, 담배를 끊으라는 것들이 다 이런 부류의 말들이다. 그렇다보니 딱딱하고 재미없는 건강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건강 게임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질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나온 ‘게임’과는 달리 ‘게임화(gaminification)’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따르면 게임 디자인 기술(game design techniques)을 사용해 ‘게임’이 아닌 일이나 프로세스를 ‘게임처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임상의사 입장에서 보면 ‘건강 게임’들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같은 세션에서 West Wiress Institute의 연구원인 내과의사 라비 코마티레디(Ravi Komatireddy)는 실제 진료 영역과 게임이 유기적으로 연동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들이 있음을 지적했다.

우선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효용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켈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데브라 리버맨처럼 ‘헬스 커뮤니케이션’이나 ‘보건의료 교육’의 전문성을 가지면서도 임상의 가치까지 고민해 게임을 만드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학적 효용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환자가 어떤 건강 게임을 가지고 의사에게 문의했을 때 이 게임이 어떤 원리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선 대부분의 ‘건강 게임’들은 ‘그냥 게임일 뿐’이라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의사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도 ‘좋은 건강 게임’을 만들기 쉽지 않은 것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미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게임’으로 증명된 사례들도 여럿 있지 않은가. 게임과 건강의 융합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양광모 편집국장 (kmyang@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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