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 국민 대상으로 우편을 통한 설문작성 방식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질문 내용과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신건강 검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꽤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때문에 이번 정부 발표에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전 국민 정신건강 검진은 득 보다는 우려되는 부분이 더 많다.

첫째, 대규모 정신건강 검진의 임상적 효용성이 밝혀진 바가 없다. 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원(NICE)는 우울증 설문 조사 결과 위양성이 50% 이상일 정도로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검사를 지양하고 있다. 미국 역시 제한적으로만 정신건강 검진을 허용하는 상황이다.

둘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단순히 삶 속에 생길 수 있는 감정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방문을 유도해 ‘의료화(medicalization)’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 개인에도 불행한 일이고 사회가 부담해야할 의료비용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바가 크다.

셋째, 정보의 유출에 따른 이차 피해 가능성이다. 최근 사회 인식이 변하고 보안이 강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크고 작은 피해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런 정보가 타인에게 공개될 경우 개인이 받는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향후 전문가들과 논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말만 할 뿐 이상의 우려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은 하지 않고 있다. 신중한 검토를 통해 만들어진 정책이 아니라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자살, 게임중독,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라는 청와대 요구에 복지부가 급하게 만든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적인 보도자료 배포를 거치지 않고 담당 사무관의 입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는 점도 그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언론을 통해 정신건강 검진 계획이 알려진 시점은 ‘성인 6명 중 1명이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했다’는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가 공개된 지 3일 후다. 정신질환의 심각성에 대해 언론의 보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대책이 나온 것이다. 정황상 여론의 흐름을 타 전 국민 정신건강 검진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정책에 실망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신중하지 못한 정책 발표는 유례없는 일이다. 뒤늦었지만 복지부는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의견수렴 과정이 요식 행위가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근거와 비용 효과에 대한 철저한 검증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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